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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철강 몽니', 국내 자동차 업계엔 기회?


입력 2017.07.20 06:00 수정 2017.07.20 08:04        박영국 기자

미국 경제연구소 "철강 관세인상으로 미국 자동차가격 상승"

"무관세 해외 생산 자동차가 가격경쟁력 유리" 분석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들이 경기도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 철강 분야에 대한 무역장벽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상황이 오히려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연구소 및 경제단체들은 트럼프 정부의 철강 무역장벽이 자국 자동차산업에 피해를 입힐 것이며 수입차 판매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잇달아 내놓았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인상과 쿼터제가 단기적인 미국 철강산업 보호방안이 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미국산 철강과 자동차 가격을 상승시켜 소비자들이 철강에 대한 관세부담이 없는 저렴한 수입차를 구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시간주 자동차연구소(CAR) 역시 “해외 자동차업체들이 철강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에서 생산하던 차량을 해외에서 생산함으로써 미국 자동차업체의 경쟁력 손실과 함께 잠재적 일자리 손실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AAPC)도 “철강 관세인상과 쿼터제가 철강 산업에 주는 혜택보다 (미국 경제 전반적으로)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의 예상대로라면 트럼프 정부의 ‘철강 몽니’는 국내 철강업체들에게는 고역일지 몰라도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각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주에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절반 가량의 물량을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대미 수출량이 33만5000대로 미국 현지 판매량(77만5000대)의 절반에 못 미쳤지만, 기아차는 국내 생산 수출이 33만2000대로 미국 현지 판매량(64만8000대)의 절반을 넘어선다.

외국계 완성차 업체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도 지난해 각각 16만2000대와 13만6000대를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했다.

한국과 미국간 자동차 관세는 지난해부터 완전 철폐된 상태로, 미국 현지에서 조달하는 철강에 고율의 관세가 붙는다면 한국에 공장을 가진 완성차 업체는 한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는 게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

특히 미국 경제연구소들의 예상대로라면 미국 GM 본사는 자국 공장의 생산물량을 줄이고 한국지엠 생산물량을 늘려 역수입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차의 경우 제네시스 G90(국내명 EQ900), G80, 그랜저 등 대형 고급차들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하며, 미국 현지 생산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철강과 함께 자동차 업종을 우선순위로 꼽고 있지만 ‘미국으로의 수입’이 쟁점인 철강과 달리 자동차는 ‘한국으로의 수출’을 쟁점으로 삼고 있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대미 수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인상이 아직까지 국내 자동차 업계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없다”면서도 “철강에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고 자동차는 무관세로 들어간다면 미국 시장이 받아들이기에는 철강 제품보다 자동차로 만들어진 상태로 들어가는 게 저렴한 게 당연한 이치”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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