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빌릴 땐 0.55%, 빌려줄 땐 11.8%…증권사 이자놀이 점입가경


입력 2017.07.06 06:00 수정 2017.07.11 10:55        전형민 기자

증권사 고객예탁금 이용료율 0.1~1%대 최저금리 수준

전문가 "업계 담합 여부 등 감시와 제도적 보완 필요"

시중금리의 두 배에 가까운 신용거래 융자 이자율을 매겨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던 증권사들이 정작 투자자 예탁금을 이용료는 1% 내외의 저리(低利)를 지불하고 있어 논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중 대출금리의 두 배에 가까운 신용거래 융자 이자율을 매기고 있는 증권사들이 정작 자신들이 고객예탁금을 운용한 댓가로 지불하는 금리는 금융권 최저 수준에 불과해 적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란 증권스가 고객이 주식을 사기위해 맡긴 예탁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고 그 대가로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용료다. 시중 은행의 예금 이자과 비슷하다. 예컨대 A증권사의 고객 예탁금의 이용률이 1%라면, 주식을 사기위해 1억원을 맡긴 투자자는 증권사로부터 10만원을 이용료로 받는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54개 증권사의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는 최대 1.1%에 불과과했다. 가장 낮은 이율을 지불하는 증권사는 한화투자증권으로 0.1%에 그쳤다.(1억원 기준, 이하 동일) SK증권(0.25%), 유안타증권(0.3%), 유진투자증권(0.35%)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고객에게 가장 높은 이용료율을 내고 있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으로 100만원부터 10억원초과까지 금액에 상관없이 1.1%의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바로투자증권과 씨아이엠비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등이 1%로 뒤를 이었다.

신용거래 융자 이자율 업계 1위로 지난해 7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키움증권은 예탁금 이용료율에서는 0.55%에 그쳤다. 융자 이자율 2, 3위였던 케이티비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도 각각 0.5%, 0.55%로 엇비슷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시중 금리보다 훨씬 저렴하게 이용료율을 지불하는 것도 문제지만, 돈을 빌려줄 때는 고리(高利)로 이자소득을 챙기면서 정작 자신들이 빌려쓸 때는 초저리를 책정한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나 금융당국의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정한 시중금리는 1.25%고 증권사들중 상당수는 예탁금 이용료율을 '기준금리 -0.75%', '기준금리 -100bps(bp=0.01%)', '한국증권금융 제공이율의 -0.3%' 등 시장의 금리보다 최소 0.3%에서 1%까지 낮은 변동 금리로 책정해놨다. 자신이 빌리는 돈에 대한 이자를 시중금리보다 무조건 낮게끔 직접 설정해놓은 것이다.

아울러 과거 시중 대출금리를 핑계로 증권사들이 고객예탁금 이용료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사례가 있어 현재 대출금리에 맞게끔 고객예탁금 이용료율도 인상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1999년 증권사들은 5%~8%대였던 고객예탁금 이용료율을 시중금리를 이유로 3%대로 대거 인하한 바 있다.

강형구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자본시장원칙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해서 자율에 맡겨서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적어도 콜금리나 자신들이 자금을 차입하는 금리 수준까지는 (이자율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시 활황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는만큼 이자율에 관한 담합 여부, 적정성 등을 금융 당국에서 면밀하게 감시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전형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