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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 시민단체…"대가 요구 말아야"


입력 2017.06.23 00:01 수정 2017.06.23 06:34        박진여 기자

시민단체 권력화…특정이익 반영한 정책 편향성 우려

"무책임한 반대·배척에서 균형·협치로 달라져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부처 장차관은 물론 청와대 수석과 행정관급에도 시민단체 운동가 출신들이 곳곳에 포진했다.(자료사진) ⓒ청와대

시민단체 권력화, 특정 세력의 과대대표성 야기…정책 편향성 우려
"무책임한 반대·배척에서 균형·협치로 책무 충실히…개혁 이뤄야"


진보성향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당·정·청 곳곳에 포진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위 운동권 출신으로 이뤄진 이들의 '과대 대표성'이 국정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시민단체의 활동이 공직 진출로 이어지면서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이들이 오히려 권력의 조력자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가 권력과 유착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가면서 또 다른 권력집단으로 자리잡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물론 현장경험이 풍부한 시민단체 출신들이 공직에 진출하면 '민관협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시민단체 출신들이 고위 공직에 대거 진출하면서 사회현안에 선입견을 갖고 접근하게 되면 국가정책이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가 '통합과 공존의 세상'을 약속한 만큼 반대 세력에도 경청하며 균형감각을 잃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시민단체 또한 이념적 지향성을 떠나 공동체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권 변동기 권력 핵심으로 진입…문재인·참여정부 시절 '약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부처 장차관은 물론 청와대 수석과 행정관급에도 시민단체 출신들이 진출했다. 과거 시민사회 영역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거나 시민단체와 연결된 진보적 학자 출신들로 청와대와 내각이 구성되는 모습이다. 현재 청와대에는 조국 민정수석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참여연대 출신으로, 하승창 사회혁신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은 각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실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등을 지낸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내각에도 참여연대 출신들이 주로 등용됐다. 각종 의혹과 추문으로 자진 사퇴한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와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이밖에 문재인 정권 차관급 이상 55명 중 절반 가까운 20여명이 시민단체 출신으로 파악된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의 데자뷔(deja-vu·旣視感)를 불러일으킨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에 기여한 진보 시민단체 인사들이 권력 핵심에 대거 진출했다. 당시 행정자치부 자료(2004)에 따르면 참여연대의 경우 임원 531명 중 150명이 공직에 진출, 정부 및 산하위원회 자리 313개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21개가 대통령 소속기구 관련 직책이었고, 정부 각 부처 소속이 88개, 독립기구 42개, 국무총리 소속 35개, 입법부 소속 12개, 지방정부 소속 10개, 사법부 소속 5개 등이었다. 유석춘 연세대 교수 등이 펴낸 '참여연대 보고서'(2006)에서도 이들 단체가 정권별로 김영삼 정부시기 22개, 김대중 정부시기 113개, 노무현 정부시기에 158개 공직에 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관에서 임원과 공직 겸직을 금하고 있음에도 313개 공직 중 23.9%인 75개가 참여연대에서의 임원활동과 동시에 수행된 경우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부처 장차관은 물론 청와대 수석과 행정관급에도 시민단체 운동가 출신들이 곳곳에 포진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시민단체 권력화, 특정 세력의 과대대표성 야기…정책 편향성 우려

이처럼 특정 성향의 시민단체 인사들이 정부 고위직에 대거 진출함에 따라 정권의 편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안에 일부 목소리 큰 시민단체의 뜻이 국민의 뜻으로 확대 왜곡돼 국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종근 정치평론가는 "대다수 좌파 시민단체들이 사회현상에 관한 70~80년대 운동권의 시대착오적 세계관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그 리더들이 대거 정부의 핵심 요직에 포진하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럽다"며 "시민단체로서 소수가치를 대변할 때와 정권의 주체로서 전체 국민을 상대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도 "국가기관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는 역할인 시민단체가 정책 결정과 인사에 개입하면서 정책 방향이 왜곡되고 국정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짚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들의 진출로) 국정방향이 국민 다수의 의견보다 특정세력의 힘에 끌려다닐 우려가 있다"며 "이번 정부에서도 일자리 문제에 있어 기업경영자를 적으로 두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 같은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의견을 더했다.

특히 정권교체에 기여한 시민단체의 공로가 공직참여로 이어지면서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시민단체가 오히려 권력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운 특정 세력이 한국 사회의 또 다른 권력집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번진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정치 자문 연구소를 운영하는 이달원 씨는 "옛 진보좌파 세력의 상당수가 1990년대 이후 시민단체 활동으로 전환하며 한국의 민주화에 중요한 기여를 한 사실은 분명하지만, 권력을 견제해야 할 시민단체들이 민주화운동 세력 집권 이후 오히려 그 권력 편에 서서 새로운 관변(官邊) 단체가 돼 버렸다"고 옛 '동지'들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진보좌파 단체들은 대통령 당선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고, 실제 자신들이 지지한 대통령이 당선되면 이에 기여한 시민단체 인사들은 권력 핵심에 대거 진출해 왔다"면서 "정부가 빚을 갚는 식으로 이들을 주요 요직에 발탁하는 방식이라면 다수의 올바른 민심을 반영하기 어렵거나 여론이 왜곡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무책임한 반대·배척에서 균형·협치로 책무 충실히…개혁 이뤄야"

이번 문재인 정권에서 시민단체는 인사와 정책의 허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운영의 주도세력이 된 만큼 사안마다 반대와 배척을 일삼던 과거 '운동권 모습'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윤종근 정치평론가는 "시민단체 시절의 배타성과 편협함 그리고 원리주의에 매몰돼 자칫 그들만의 리그에 안주해서는 문재인 정권은 실패하고 국가와 국민이 불행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특정 성향 집단을 측근으로 두고 한쪽 의견만 듣게 되면 크고 작은 사안에 대해 국정 방향이 흔들릴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균형을 잡고, 그간의 선입견을 버리고 다양한 시각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앞서 시민단체가 이념적 지향성을 떠나 본연의 기능을 먼저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가 집단적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모였다 흩어졌다 하며 다양한 개인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공로를 내세워 대가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인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국민들을 위해 일할 대통령에게 특정 이익이나 요구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진보 시민단체가 과도한 요구로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대통합을 약속한 만큼, 반대표 59%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며 "진보 진영의 정권교체에 의미를 두고 중도·보수층의 의견을 무시하게 되면 국민은 분열된다. 문재인 정부에게는 이들을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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