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문재인 정부서 권력 핵심에 칼날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통령 자리에 올라
여소야대·당정 갈등·김 여사 리스크에 고립
'계엄' 극단적 승부수 던졌지만 '파면' 불명예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연인 신분이 됐다. 지난 2022년 5월 10일 대통령이 된 지 1061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로 임기를 못 채우고 중도 하차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30여년간 검찰에 몸 담았던 윤 대통령은 '장외 0선' 출신으로서 정치 입문 8개월여 만에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0.73%p 차이로 누르고 초고속으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임기 내내 거대 야당과 대립하다 '비상계엄 선포'라는 나름의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지만, 결국 임기를 3년도 채우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가 된 윤 전 대통령이 언론의 본격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계기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벌어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었다. 당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은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서울중앙지검장 등 지휘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이때 윤 전 대통령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지만, 수사팀에서 경질되고 한직으로 좌천되는 등 부침(浮沈)을 겪게 된다.
그러던 중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파견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국정농단 특검이 마무리된 이후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윤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중용했고, 2년 뒤인 2019년엔 검찰총장으로 발탁됐다.
윤 전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으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를 밀어붙이고,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정면으로 맞서면서 '권력에 굴하지 않는 정의로운 검사' 이미지를 발판으로 야권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윤 전 대통령은 3개월 만인 6월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7월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뒤 경선을 거쳐 2021년 11월 5일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공정'과 '상식'을 앞세우며 2022년 5월 10일 대통령에 취임한 윤 전 대통령은 청와대 대신 국방부 자리로 대통령실을 옮겨 '용산 시대'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반 자유시장경제를 기본 철학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 폐기 등에 국정 역량을 집중했다. '워싱턴 선언' 발표, 한일 셔틀 외교 복원,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 도출 등 외교 좌표를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재설정하며 한미일 3국 협력 공고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과의 소통 강화와 권위적 대통령 이미지 탈피 등을 위해 야심차게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도 도입했지만, 2022년 9월 미국 순방 도중 터진 '욕설 논란' 및 일부 언론과의 갈등으로 11월 21일 중단됐다.
대선 석 달 뒤 진행된 6월 지방선거에선 여당이 압승하며 정권 초반 국정운영에 청신호가 켜진 듯 했다. 하지만 이준석·김기현 전 대표와의 갈등,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2023년 7월 채 상병 순직 사건, 김건희 여사 리스크 파장,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의 갈등 등이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20%대까지 주저앉게 됐고, 결국 지난해 4월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여당의 총선 참패 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하는 등 변화하려는 노력의 모습을 보이는 듯 했으나,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소야대 상황 속 민주당 등 야당은 각종 특검법과 당시 여권과 상충하는 법률안을 남발했고, 윤 전 대통령은 그때마다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맞섰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5건의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의 45건 이후 최대였다. 윤석열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했던 '4+1 개혁(연금·교육·노동·의료+저출생 대응)' 추진도 힘을 받지 못했다.
여야 강대강 대치 속 '한동훈 대표 체제' 출범 후 당정 갈등은 극에 달했고, 김 여사 논란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의혹 등은 증폭됐지만, 윤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심 이반 가속화로 윤 대통령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고, 결국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같은 달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됐고, 4일 헌법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은 파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