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2차 입찰 연기되나..."SK하이닉스엔 ‘득’"
WD 중재 신청으로 연기 가능성 제기...변수 커져
인수 가능성 높이고 시장 선점 시간 벌어...삼성전자에게도 긍정적
WD 중재 신청으로 연기 가능성 제기로 변수 커져
인수 가능성 높이고 시장 선점 시간 벌어...삼성전자에게도 긍정적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 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웨스턴디지털(WD)의 중재 신청으로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 출사표를 던진 SK하이닉스로서는 입찰 연기가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반도체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당초 19일로 예정된 2차 입찰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입찰 연기가 현실화되면 SK하이닉스에게는 ‘실’보다 ‘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입찰 연기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것은 도시바와 오랜 협력관계를 맺어온 웨스턴디지털(WD)이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입찰 실시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상황이긴 하지만 입찰 연기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시바와 반도체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에게 도시바메모리(분사한 반도체자회사) 인수를 위한 독점교섭권을 요구하다 협상이 이뤄지지 않자 초강수 행동에 나선 상태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A)에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중지를 요구하는 중재를 신청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상대방 합의 없이 합작기업을 팔 수 없다"는 계약서 조항을 내세우며 일방적 매각을 막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입찰이 실제 연기된다고 하더라도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실보다는 득이 더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기술 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일본 업체 또는 미국 사모펀드와 손잡고 미·일 연합에 넘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고려해 왔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베인캐피털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1차 입찰 결과, SK하이닉스는 미국 웨스턴디지털, 브로드컴,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등과 함께 인수 후보자로 떠올랐다. 이어 미-일 연합이 인수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강력한 경쟁자로 여겨졌던 웨스턴디지털은 사실상 멀어지는 분위기여서 비관적이었던 초기에 비해서는 경쟁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는 중국·대만 등 중화권이나 한국업체보다는 미국 업체나 펀드를 선호하고 있어 실제 입찰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만 훙하이의 경우, 1차 입찰 때 도시바 인수를 위해 30조원을 제안했지만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KKR의 연합 컨소시엄에 반도체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입찰 연기는 SK하이닉스가 보다 더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노리는 기업들로서는 인수자금 등을 감안하면 자체 대규모 투자는 자제할 수밖에 없어 이미 낸드플래시 투자에 들어간 SK하이닉스로서는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 가능성을 차치하고라도 도시바메모리가 특정 업체에 넘어가지 않는 입찰 연기는 SK하이닉스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며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지연되면 인수업체가 3D 낸드 등에 투자하는 시기도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도시바메모리의 입찰 연기가 SK하이닉스 외에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반사 효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대를 노리고 인수전에 뛰어든 업체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수록 삼성전자로서는 독주체제를 더욱 굳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현재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성사든 실패든 결과가 나와야 그에 맞게 향후 투자 전략 등을 수립할 수 있는데 입찰이 연기되면 어떤 의사 결정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3D 낸드에서 한 발 앞선 기술력과 높은 생산력을 갖춘 삼성전자로서는 꽃놀이패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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