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부산서 '뚜벅이 유세' 이어간 안철수, 동행해보니…
<르포>사직구장서 자갈치시장까지 두시간여 도보+지하철 이동 동행취재기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자는 5일 고향인 부산에서 '뚜벅이 유세'를 이어갔다. 안 후보는 어린이날을 공략하려는 듯 이날 오전 '어린이 대잔치'가 열리는 벡스코 등에 이어 오후에는 롯데 자이언츠와 기아 타이거즈가 경기를 벌이는 '사직구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사직구장부터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자갈치역까지의 2시간여 '뚜벅이 유세'를 기자가 동행해봤다.
"우와 진짜 안철수다!!"
기자가 동행한 2시간 동안 안 후보는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걸음 걸음마다 사진을 찍고 악수를 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특히 이날이 어린이날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안 후보는 어린이들과 함께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오후 '뚜벅이 유세'를 시작한 사직구장 앞은 이미 어린이날을 맞아 야구를 보러나온 가족단위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어린이들에게 안 후보는 대통령 후보이기에 앞서 한 명의 유명인이자 스타였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안 후보와 사진을 찍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어린이들과 학생들은 "대박"을 외치면서 안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안 후보는 한 명 한 명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학생들과는 눈을 맞추고 '셀카'를 찍었다. 과거 유세에서 하던 "공부 열심히 해요"라는 말은 빠졌다.
인파를 뚫고 천천히 도착한 사직구장 앞에는 따로 유세 중이던 부인 김미경 교수와 딸 설희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세 가족은 서로 부둥켜안고 손을 부여잡고 들어올렸다. 안 후보는 가족들과 조우한 자리에서 "1, 2번을 찍으면 과거로 가고 3, 4, 5번을 찍으면 미래"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인파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오셨다", "오신대서 한 시간 기다렸어요" 등의 화답이 들렸다.
가족들과 다시 헤어지고 나서 기자가 "가족들 만날 때 짠해 하시던데"라고 묻자 "아휴... 이제 얼마 안남았으니까 각자 열심히 해야죠"라며 애잔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이 사전선거 마지막이었던 탓에 곳곳에서 '안 후보를 찍었다'는 외침도 들렸다. 안 후보는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쪽을 돌아보고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등을 외쳤다. 한 지지자는 안 후보에게 "그쪽으로 가시면 사람 별로 없습니데이. 저쪽으로 가이소"라며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미국에서 후보를 보러 한국까지 왔다는 지지자와 조우하기도 했다. 지지자는 수첩을 들고 안 후보와 사진을 찍었다. 수첩에는 "안철수 후보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미국에 오바마가 있었고, 프랑스에 마크롱이 있고, 독일에 메르켈 총리가 있고, 한국에 안철수 대통령이 있습니다. 더 이상 뭐가 필요한가?!!"라고 적혀 있었다.
안 후보는 전날 대구에서 버스를 이용한 것에 이어 이날은 부산에서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했다. 사직구장 근처 사직역에서 연산역을 거쳐 자갈치역까지 이어지는 16개 정거장을 지하철로 이동했다.
사직역부터 연산역까지 가는 동안 안 후보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간다는 젊은 아빠를 만나 자신이 주장한 학제개편에 대해 역설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사교육이 부담스럽다'는 젊은 아빠의 고민에 "그래서 사교육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라도 교육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승을 위해 내린 연산역에서는 예상치 못한 안 후보의 등장에 시민들의 놀라는 외침이 이어졌다. 한 젊은 커플이 멀리서 안 후보를 발견하고 "우와 대박이다 대박!"이라며 다가오다가 "에이~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겠지"라며 돌아서는 해프닝도 있었다.
연산역부터 자갈치역까지 13개 정거장 동안 안 후보는 재외국민과 교대 졸업을 앞두고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여대생, 고등학생 등을 만났다.
스스로를 미국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안 후보에게 "재외국민을 위한 공약이 있냐"며 "메디컬 쪽이 너무 비싸다"고 말했고 안 후보는 "국내가 미국보다 낫지 않나. 미국의 의료제도처럼 되면 안 된다. 제도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교대 졸업을 앞두고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여대생은 "집에서 페이스북을 보다가 직접 만나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안 후보님의 학제개편 개혁안에 찬성한다. 꼭 대통령이 돼서 이것을 바꿔달라"고 했다. 안 후보는 "저도 용기를 얻어서 꼭 교육 대통령이 되겠다. 우리 아이들을 살려야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와 한참 이야기를 나눈 여대생이 "많은 사람들이 (안 후보는) 청년 멘토가 아니라는 말도 하지만 오늘 보니 청년 멘토 같다"고 말하자 그는 "정치에서는 막 검댕을 묻혀서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세수하면 그대로 돌아간다. 본질은 바뀌는 게 아니다"고 했다.
스스로 질문이 있다며 안 후보 옆으로 다가온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북한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물었고 안 후보는 "북한문제는 제일 중요한 문제다"라며 "미국이 군사적·외교적으로 압박하면서 북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겠다는 정책이 정해졌다. 제 생각과 똑같다. 당선되면 미국과 공조해서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답했다.
자갈치역 개찰구를 빠져나오자마자 안 후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였다. 시민들은 "SNS 생중계를 보고 왔다"며 안 후보의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안 후보는 다시 시민들과 악수와 기념촬영을 하며 시민들 속으로 뚜벅뚜벅 들어갔다.
안 후보가 이날 두어 시간동안 악수하고 사진 찍은 시민들은 어림잡아 1000여명. 대선을 불과 나흘 앞두고 한시가 바쁜 후보가 사람들이 운집한 유세장 두세 곳을 돌면 모일 만한 인파를 만나기 위해 길거리에서 두세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전략적으로 악수(惡手)일지도 모른다. 안 후보 본인이 스스로 선택했다는 '뚜벅이 유세'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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