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대해부6] 재정자립 못하는 시민단체…자율성 잃어버려
정부 보조금·기업 기부금에 의존…‘관변단체’에서 못 벗어나
“안정적 회원비로 단체의 자율성을 지켜내겠다는 의지 가져야”
정부 보조금·기업 기부금에 의존…‘관변단체’에서 못 벗어나
“안정적 회원비로 단체의 자율성을 지켜내겠다는 의지 가져야”
정부 보조금에 좌우되는 시민단체의 현실
정부는 1999년부터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근거해 비영리민간단체의 공익활동 사업비를 지원해왔다. 지원 대상과 금액은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를 대상으로 공익사업을 공모해 국회와 민간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사업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행정자치부의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관리정보시스템(NPAS)이 지난 2015년 10월부터 11월까지를 기준으로 국내 718개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민단체 예산 중 정부 보조금 비율이 평균 25.2%에 달했다.
회원들의 회비는 전체 예산의 43.5%에 불과했고 자체 수익사업으로 충당하는 비용은 8.6% 밖에 되지 않았다. 안정적인 재정의 기반이 되는 단체 회원들의 회비는 전체 예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정부 지원금이 4분의1을 차지하는 것이다.
문제는 재정의 대부분을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다보니 시민단체들이 정부나 당의 정치적 입장, 정권의 주력 정책 등에 부합하는 사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단체가 정부의 돈으로 운영됨에 따라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기능이 약화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진행하거나 회비를 내는 개인·단체 회원을 늘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경실련, 참여연대와 같은 큰 단체 외에는 개인회원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다.
같은 보조금, 유럽·미국과 한국의 다른 지원 정책
우리나라만 시민단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정부가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대표적으로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에게 전체 예산의 1% 이상을 NGO 지원에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예산의 0.1%도 쓰지 않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이 거듭 논란이 되는 것은 그 방법의 차이에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를 공모해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프로젝트를 통한 보조금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다른 지원 방식을 강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성으로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에 지속적으로 의존하는 시민단체는 지원금이 사라지면 단체의 사업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단체도 와해될 위기에 처한다.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시민단체는 자체 활동계획보다 정부지원금이 명시하는 방향의 사업만을 시행하게 된다.
이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시민단체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기보다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기부자에 대한 적극적인 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는 방법도 많이 나타난다”며 “이를 통해 사회적 기부가 활성화 되고 공익 재단 설립도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시민단체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보면 직접 재정 지원 외의 다양한 지원 방법이 있다”며 “시민단체들의 우편, 통신 요금을 감면해주거나 단체의 활동 공간과 활동에 필요한 기자재를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정 자립으로 시민단체 본연의 기능 지켜야
동시에 시민단체도 정부 보조금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71%의 시민이 기부금을 내는 스페인, 65%인 영국, 62%인 캐나다, 55%인 미국과 비교하면 시민단체에 기부를 하는 서울시민이 5%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시민단체가 회원의 회비와 개인 후원금을 통해 재정자립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NGO의 성장에 관한 연구(강상욱, 2001)에 따르면 서울지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민단체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이해와 관심부족(44.3%)’ 다음으로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홍보부족(29.5%)’ 이라고 답했다.
시민단체들이 회원들의 지지와 회비로 단체의 자율성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결과다. 이는 동시에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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