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 오르면 좋겠지만…안될 것 같아요"
"토론회 보고 지지 후보도 바꿨다…정책 비중 늘려야"
선거 때마다 20·30대 청년들은 투표율이 낮다는 이유로 '정치 방관자'로 불려왔다. 하지만 5월 9일 치러지는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다르다. 이들은 국정 농단 사태로 불거진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주역이다. 이 때문에 20·30대 유권자의 투표 의지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데일리안'은 대선을 열흘 남짓 남겨둔 20~21일과 24일, 취업준비생·직장인·대학생을 만나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 대선 후보 선택 기준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낮 12시. 서울 홍익대학교 캠퍼스에는 햇살이 그윽이 내리비쳤다. 학생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강의실에서 삼삼오오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오며가며 만난 대학생들 '표심'을 들어봤다. 학업과 취업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거라 예상했지만 학생들은 의외로 '경제적'고충을 토로했다. 이들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대부분 '최저시급 인상'과 '반값등록금'이었다.
본보는 24일 대학교가 밀집된 서울 신촌 지역과 홍대 근처에서 총 30명의 대학생들을 만났다. '투표권 행사 여부를 고민 중이다'라고 답한 1명의 응답자를 제외하고 총 29명이 '투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이 중 16명의 응답자가 아직 지지하는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했다'고 마음을 굳힌 응답자는 13명이었다.
"최저시급, 오르면 좋겠지만…안 될 것 같아요"
이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현재 대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은 최저시급 인상과 반값등록금이라고 외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 학생들은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는 듯 했다.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장모(29) 씨는 "최저시급을 8000~9000원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1만원으로 올리면 너무 비현실적이니까 바라지도 않는다. 8000원대는 그나마 현실성 있어서 해주지 않을까…"라며 말문을 흐렸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는 박모(22) 씨는 현재 대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공약은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 씨는 그러면서도 "솔직히 지금 드는 생각은 어떤 공약이든 실천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공약 이행률이 100% 모두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2) 씨와 권모(22) 씨도 등록금 인하와 최저시급 인상이 현재 대학생들에게 가장 시급하지만 "안 해줄 것 같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반값등록금도 매번 해준다고는 하는데 이번에도 해줄지 모르겠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 씨는 또한 "최저시급을 8000원까지 올려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옆에 있던 권 씨가 "너무 많이 올리는 거 아니냐"라며 핀잔을 주자 이 씨는 "그렇긴 한데 먹고는 살아야지"라고 답했다.
물가와 주거안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비즈니스영어를 전공하는 권모(20) 씨는 '물가를 너무 많이 올려놓으니 소비가 줄고 돈이 안도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물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졸업을 앞둔 영문과 노모(25) 씨는 "대학생 주거안정을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공약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주변에 자취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월세나 보증금 부담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면 학업에도 지장이 있어서"라고 말했다.
"토론회 보고 지지 후보도 바꿨다…정책 비중 늘려야"
대학생 유권자들은 대선후보 TV토론회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토론회를 보며 지지하는 후보를 바꿨다는 답변자도 있었다. 수학을 전공하는 유모(26) 씨는 "지지하던 후보가 있었는데 최근 토론 방송을 보면서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후보를 찍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모(28) 씨 또한 "마음속에 지지하던 후보가 있었는데 최근 토론회에서 실망한 적이 많아 누구를 지지할지 고민 중"이라면서 "토론회를 보다 보면 감정 소모가 심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반면 토론회를 시청하면서 오히려 특정 후보를 지지할 마음을 굳혔다는 박모(27) 씨는 "토론회에서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하는 면이 좋아보였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경제학도 한모(27) 씨는 "토론회에서 '종북좌파'다, '과거에 성폭행 모의했다'는 등의 얘기만 나와서 보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정책에 대한 정보는 많이 얻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그만 좀 싸웠으면 좋겠다"며 "후보들끼리 싸우는 정도를 보면 초등학생들이 '너 나빠'하면서 싸우는 느낌이다"라고 지적했다.
공과대학 재학생이라고 밝힌 추모(24) 씨는 "대선 후보 토론회가 무슨 대학교에서 하는 토론회보다도 못 하냐"며 비판한 뒤 "색깔론이나 좌우 진영 논리로는 이제 그만 싸웠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대학생들은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할 자질로 '소통 능력'을 꼽았다.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김모(25) 씨는 "지난 박근혜 정부는 지나치게 소통이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 차기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을 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모(23) 씨는 대통령의 소통 능력과 관련 "자신의 지지자만이 아닌 국민 전체를 위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데,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에 대해서도 공감하며 의견차를 조율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만난 한 씨도 "자신의 정책을 밀고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자기 생각을 믿다보면 부작용이 많을 수 있다"면서 "소통을 많이 하면 부작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밖에도 이들의 관심사에는 '안보'도 중점 사안으로 꼽혔다.
신문방송을 전공한 김모(28) 씨는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또 중국 사드문제도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데 복합적인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물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자연과학계열을 공부하는 이모(27) 씨도 “우리나라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 끼어 있는 입장 아닌가. 사드 문제도 논의되고 있는데 대선후보들이 그에 대한 입장 표명을 애매모호하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씨는 그러면서 “현재 몇몇 후보들이 외교적 입장을 애매모호하게 하는데 그걸 확실히 해야 한다. 그리고 외교적 시각에 대해서 구체적 사항을 얘기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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