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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대선을 말하다 ①] 취준생 "투표권 포기자, 정치 욕할 자격 없어"


입력 2017.04.25 06:00 수정 2017.04.26 12:16        석지헌, 손현진 기자

"지난해 정치권 보면서 내 손으로 바꾸고 싶다 생각했다"

"투표는 당연, 투표권 포기한다면 정치 욕할 자격도 없다"

선거 때마다 20·30대 청년들은 투표율이 낮다는 이유로 '정치 방관자'로 불려왔다. 하지만 5월 9일 치러지는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다르다. 이들은 국정 농단 사태로 불거진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주역이다. 이 때문에 20·30대 유권자의 투표 의지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데일리안'은 대선을 열흘 남짓 남겨둔 20~21일과 24일, 취업준비생·직장인·대학생을 만나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 대선 후보 선택 기준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신호등에서 젊은 커플이 신호를 기다리며 맞은편에 걸린 대선후보 홍보 현수막을 보고있다. ⓒ데일리안 석지헌 기자

"지난해 정치권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생각했다. 내 손으로 바꾸고 싶다."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투표권을 포기한다면 정치를 욕할 자격도 없다"


'이들'은 변화를 원했다. 길고 긴 고통 속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투표하러 가는 시간조차 아깝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다르다. 20일 취업 학원 밀집 지역 노량진과 한 대학가에서 만난 30명의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은 취업의 길을 보다 넓히기 위해선 보다 과감한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본보가 만난 30명 취준생 전원이 '꼭 투표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특히 박근혜 정권을 바라보며 실망을 느껴 투표 참여 의지가 높아졌다는 청년이 많았다. 다만 투표 의사를 밝힌 30명 중 16명은 '아직 지지하는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2030 표심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현 대선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차기 정권에 바라는 점을 물어봤다.

"정치에 변화 원하지만…진보·보수는 고려 안해"

방송작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백모(29) 씨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인근 카페에서 "세월호 사건과 박근혜 탄핵 사태 등을 보면서 투표의 중요성을 한 층 더 느꼈다"고 토로했다. 정오께 서울 노량진 인근 원룸가를 걷고 있던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임모(28)씨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며 많이 실망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시생 장모(30) 씨는 "'최순실 사태'에서 비선실세나 비리 등이 드러난 걸 보며 충격 받았다"며 "진보·보수라는 진영 논리가 아직 있다고 봤을 때 아무래도 지난 보수 정권의 과오가 너무 커서, 이번에는 진보층을 대변하는 후보자 중에 한 분을 선택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다만 장 씨처럼 지지 후보를 고를 때 정치 성향을 고려하는 청년은 많지 않았다. 작곡가 지망생이라고 밝힌 20대 후반 이모 씨는 "진보·보수 후보로 나뉘어 있기는 한데 유권자로서 그 부분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경찰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권모(30) 씨는 "진보·보수 색깔을 내세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표를 얻으려면 진보·보수로 나눌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 그런 진영 논리는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23일 서울 중구 동국대 인근에서 한 청년이 대선후보 벽보를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손현진 기자

"화려한 공약보다 행동으로 보여줄 지도자 원해"

'2030세대'취준생들은 차기 대통령이 '말보다 행동'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화려한' 공약보다 어떤 공약이든 후보들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다.

노량진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정모(31) 씨는 "지지할 후보의 가치관이나 정당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좋은 공약'을 찾기보다 그걸 얼마나 잘 실천하느냐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라며 "투표 전날까지 고민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공시생 이모(30) 씨도 "공약을 잘 실현할 수 있는 후보를 찾기 위해 각 후보의 가치관이나 됨됨이를 본다"고 답했다. 그는 "이런 요소들을 살피면 그 후보가 공약을 잘 실천할지 안할지를 조금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천의지가 높은 후보를 바라는 만큼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공약을 바라는 응답자들도 있었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모(26) 씨는 "어떤 정책이든 간에 좀 구체적이면 좋겠다"며 "이상적인 것보다는 차라리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공약, 눈에 보이는 걸 많이 발표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정 후보의 정책을 집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응답자도 있었다. 공시생인 이모 씨(30)는 한 후보의 교육 공약에 대해 "너무 획기적인 것 같다. 남은 토론회들을 챙겨보며 그 부분을 주의 깊게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언론사 입사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 씨(26)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을 두고 "공약 내용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라며 "노동이나 인권과 관련해 본질적으로 개선돼야 하는 내용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만난 취준생들은 취업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앞두고 여느 때보다 신중하게 표의 향방을 고민하고 있었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깊은 피로감과 감언이설로 표를 얻으려는 정치권에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네거티브로 얼룩진 정치권에 '지켜보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석지헌 기자 (cake9999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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