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정유라-최순실 관계, 작년 8월에야 알았다"

승마지원 문제 최지성 부회장에 전적으로 맡겨

믿고 맡기는게 삼성 스타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4번째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 조사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승마 지원 지시를 최지성 전 부회장에게 전달했을뿐 최순실씨가 관련된 것은 뒤늦게 알았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실무진 선에서 모든 일이 처리돼 구체적인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고 지난해 언론에서 문제가 제기된 이후 최 씨와 연관된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공판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의 피의자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진술조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특검에서 "2015년 7월 25일 대통령 독대를 마치고 나온 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에게 전화해 '승마협회 건 때문에 생각지도 못 한 질책을 들었다'고 이야기했다"며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최 실장 주재로 오후에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이 승마협회 문제로 회의를 한 것이냐고 묻자 "그룹 역사상 처음이 아닐까 싶다"며 "대통령이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소홀히 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특검 수사에 따르면 회의 이후 당시 승마협회장이던 박상진 전 사장은 최씨 모녀가 체류하던 독일로 출국할 준비를 한다. 특검은 이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정유라 지원 대책을 논의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특검에서 '회의 도중 (최 씨 모녀 지원에 관한) 그런 이야기는 없었고 박 전 사장이나 최 전 실장으로부터 정씨에 대한 지원 상황을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희 회사 일하는 스타일이 믿고 맡기는 것"이라며 "최지성 실장에게 승마 지원 문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각나서 물어보니 '잘 돼가고 있으니 나한테 맡겨라, 문제 있으면 얘기하겠다'고 하길래 어련히 잘 알아서 할 것으로 생각해 신경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의 승마 지원 지시가 정씨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지난해 8월 말 언론에서 취재 요청이 들어와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최지성 실장이 '언론에서 취재 요청이 들어온다,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해서 자초지종을 물으니 대통령이 승마 지원을 얘기한 게 최순실이 다 조정한 것이라고 했다"며 "그때 알았다"고 언급했다.

변호인단도 특검이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이 부회장이 최 씨 딸인 정유라에 대해 알고 있지 않았느냐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변호인단은 "최순실과 정윤회가 대통령과의 친분 이용해 비선실세 국정 개입하고 있다 의혹에 대한 국정개입의 문제였지 최순실씨에 대한 구체적인 의혹 제기가 아니었다"며 "기본 신상 외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국정개입이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문건을 유출한 조응천과 박관천을 문제삼지 않았냐"며 미리 알수 없었다는 점을 부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