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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권위 내려놓고 '드립' 대결…정치 예능 명과 암


입력 2017.04.13 08:54 수정 2017.04.22 10:15        이한철 기자

JTBC '썰전' TV조선 '강적들' MBN '판도라'

대중과 가까워진 정치 긍정적, 소재 쏠림 아쉬움

JTBC '썰전'은 지상파 프로그램을 압도할 만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JTBC 방송 캡처.

바야흐로 정치 예능의 전성시대다.

이미 정치와 예능의 경계가 무너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정치 예능 프로그램이 시도될 때만 해도 일시적인 실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제는 각 방송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정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지상파 프로그램이 정치를 풍자와 희화화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종편을 비롯한 케이블 채널에서는 정치를 아예 예능의 한 영역으로 끌고 왔다. 개그맨이 정치인을 패러디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급 정치인, 심지어 유력 대선주자가 직접 출연한다.

JTBC '썰전'을 시작으로 tvN의 '쿨까당', TV조선의 '강적들', 채널A '외부자들', MBN '판도라' 등 콘셉트와 출연진도 다양해졌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뜻도 된다.

지상파는 오히려 이 같은 추세를 뒤따라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종편과 케이블 채널만큼 적극적이지는 않다. 종편과 케이블 채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재에 대한 제약이 많은 탓이다.

정치 예능 프로그램이 이처럼 대세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역시 '썰전'이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 정치 이슈가 온 나라를 흔들자, 이미 탄탄한 콘셉트와 출연진을 갖추고 있던 '썰전'에 시선이 집중됐다.

'썰전'의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는 정국현안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망으로 시청자들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했다. 시대의 요구와 준비된 콘텐츠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킨 것이다.

이후 경쟁 채널에서는 우후죽순 정치 예능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기대 이상의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MBN '판도라'는 정청래 전 의원과 정두언 전 의원 등 최고 입담꾼들의 출연으로 서서히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 MBN

시청자들은 대체로 정치가 권위를 내려놓고 대중 곁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정치·시사 프로그램은 심야시간대 정치인들의 토론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정치 이슈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지만, 이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시청할 뿐 대중들의 삶 속에 파고들지 못했고 '정치는 남의 일'이라는 거리감만을 확인해줄 뿐이었다. 대중의 요구와 기호를 맞추지 못한 채 평행선만을 그린 것이다.

하지만 스타급 정치인 출신을 고정 패널로 출연시키고, 방송인을 MC로 기용하는 파격 설정은 감성과 재미, 호기심을 모두 충족시켰다. 또 기존 예능프로그램과 같이 감각적인 편집과 자막으로 정치인을 하나의 예능 캐릭터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온라인에는 정치 예능 프로그램의 클립 영상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다. 국정농단 사태라는 엄중한 상황이 국민들을 심란하게 했지만, 동시에 예능으로 웃고 즐기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정치가 바로 우리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소다.

물론 정치 예능프로그램도 어디까지나 예능프로그램이다. 결국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시민들의 시선에서 멀어져 있는 구석구석의 이슈가 오히려 더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정치 예능프로그램을 보완하는 각 방송사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으로 정치 예능프로그램의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많다. 국정농단 사태-대통령 탄핵과 구속-대통령 선거 등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이어져 어느 때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 같은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고 특수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정농단 사태가 수습 단계로 접어들었고, 대통령 선거가 끝나 정국이 안정되면 자연스레 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TV 프로그램은 시청률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은 남고 일부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정치 예능 프로그램을 계승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중들의 높은 관심이야말로 정치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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