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 가동 신태용호…어떤 과제 떠안았나
대회 처음으로 3-4-3 포메이션 가동
고질적인 수비 불안은 해결해야할 숙제
신태용 감독이 플랜 B를 가동했다. 비록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많은 선수를 시험해볼 수 있었고,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한국 U-20 대표팀이 3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디다스컵 U-20 4개국 국제 축구대회' 에콰도르와 3차전서 0-2 패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득실과 승자승에서 앞서며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날 신태용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를 줬다. 이번 대회 처음으로 3-4-3 포메이션을 선보였고, 수비의 중심축을 담당한 김승우를 제외하면 모든 선수가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아냈다. 특히 안준수와 강윤성, 노우성, 오인표, 강지훈은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으로 손발을 맞췄기 때문인지 호흡은 매끄럽지 않았다. 패스 실수가 잦았고, 이전에 보여줬던 공격적인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 1~2차전에서 실점을 내줬던 수비는 이전보다 더 불안했다. 전반 11분 우리 진영에서 볼을 돌리다 빼앗기는 모습이 나왔고, 예이손 게레로에게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내주면서 불안감을 노출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던 우리나라는 전반 15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윌테르 아요비가 시도한 중거리 슈팅이 우리 수비 몸에 맞고 굴절되면서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20분에는 중앙선 부근에서 길게 넘겨준 패스가 우리 수비 뒷공간으로 향했지만, 안준수 골키퍼가 재빨리 달려 나오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 우리나라는 전반 27분에 추가골까지 내줬다. 에콰도르 진영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골문을 비우고 나온 안준수 골키퍼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이것이 알레한드로 카베사의 슈팅으로 이어지면서 추가골을 내주고 말았다. 상대가 잘한 것이 아닌 대표팀의 실수로 내준 실점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은 임민혁이 전반 31분 환상적인 칩샷으로 만회골을 노렸지만, 크로스바를 때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신태용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이승우를 투입했다. 전반전보다 공격이 살아났고, 슈팅이 나오기 시작했다. 후반 17분에는 백승호까지 투입되면서 만회골이 가까워진 듯 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끝내 상대 골망을 흔드는데 실패했다. 대표팀은 페널티박스 안쪽을 촘촘하게 틀어막은 에콰도르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임민혁이 수비 뒷공간으로 띄어준 볼이 이승우에게 향했지만, 슈팅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중거리 슈팅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에콰도르의 2-0 승리로 마무리됐다.
안정된 수비는 성공을 위한 필수
아쉽게도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은 경기였다. 먼저 실점을 내주는 상황을 경험했고, 상대의 밀집된 수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서 실점을 내주며 안정된 수비 구축이라는 과제를 찾아냈고, 이승우와 백승호 못지않은 임민혁이라는 또 하나의 재능도 확인했다.
이날 최고의 선수는 임민혁이었다. 중앙 미드필드로 선발 출전한 그는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과 함께 공격적인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간결한 드리블과 과감한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고, 밀집된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절묘한 패스로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그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패스가 골키퍼에게 걸리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대표팀 공격의 중심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수비력도 나쁘지 않았다. 후반 28분 에콰도르의 빠른 역습을 절묘한 태클로 막아냈고, 곧바로 날카로운 패스와 함께 역습을 이끄는 모습은 감탄사를 자아냈다. 신장은 167cm로 작지만, 공중볼 다툼과 몸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아직 확실하게 주전이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경쟁력을 유지한다면 한찬희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최고의 선수가 임민혁이었다면 가장 아쉬운 것은 수비였다. 대표팀은 본선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 될 패스 실수로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첫 번째 실점 상황에서 우리 수비진이 볼 처리를 제대로 했다면, 아요비의 슈팅은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실점 역시 수비진과 골키퍼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막을 수 있다.
수비진이 선수가 아닌 볼만 바라보는 모습도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상대 공격수보다 훨씬 많은 수비 숫자가 있었음에도 너무나도 쉽게 슈팅을 허용했다. 상대의 간결한 패스 한 번에 한국 수비진은 공간과 기회를 내줬다. 공만 바라보다 뛰어 들어가는 선수의 움직임을 놓치는 모습을 본선에서는 볼 수 없어야 한다.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안정된 수비가 필수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7골을 몰아치며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매 경기 실점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수비진의 실수를 최소화하고, 조직력을 갖춰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안정된 수비가 있어야 화려한 공격진이 빛을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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