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직업병 법, 기준도 체계도 없는 법"비판 봇물
삼성 1000억원 기금 부담하고 근로복지공단 운영하는 법 발의
산업재해보상제도 무시, 보험료 이중부담...정치권 압박 도 넘어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 구제법이 발의된 것을 놓고 재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 제도를 완전히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기준도 체계도 없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발의한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 구제법’은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보상과 치료를 위해 삼성전자가 출연하기로 약속한 1000억원을 기금으로 하고 운영은 삼성이 아닌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복지공단에 위탁해서 공정하게 집행한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하지만 이미 산업재해보험보상법에 따라 산업재해 보상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법안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제도에 따라 산재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법은 산업재해보험보상법과 상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보상 범위 및 대상 확대 등을 위한 것이라면 기존 법을 개정하면 될 것을 굳이 새로운 법을 내놓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산재제도와 병행 시행하더라도 이미 산재보험료를 내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이중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특정 기업을 겨냥한 법이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말부터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자체 보상에 들어가 총 122명에게 186억원을 지급한 상태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기존 제도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삼성전자를 타깃으로 하면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며 “법에 가장 중요한 일정한 기준이나 체계가 없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 발의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관련 청문회를 추진하는 것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의원은 환노위 소속으로 상임위 내에서 청문회 추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정치권이 근거없는 법안 발의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면서 법안이 향후 다른 기업들에게도 확대 적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정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법안도 안 되지만 무리한 확대 적용으로 기업 활동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화학물질을 사용해 회로기판 등을 생산하는 공정을 하는 기업들은 수도 없이 많다”며 “법안이 확대 적용될 경우, 리스크가 커지면서 기업 활동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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