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 대위기-4] 한중 정치·경제관계 훼손, 바라만 볼 것인가
한한령에서 화장품 수입 불허까지, 中 사드 보복 증대
전문가 "맞대응보다 진중한 자세로 설득하는 작업 필요"
한한령에서 화장품 수입 불허까지, 중국의 사드 보복 증대
전문가 "맞대응 보다는 진중한 자세로 설득하는 작업 필요"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의 집요한 공세가 한국 외교를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 현 정부에서 '역대 최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중 관계는 사드 배치 결정이 공식화된 이후부터 서서히 금이 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중국은 외교적 차원을 뛰어넘어 노골적인 경제 보복 조치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주권적이고 자주적인 방어 조치'라며 사드배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로써 사드 문제를 둘러싼 한중 양국의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의 사드 보복 노골화…경제적 갈등으로 비화
중국은 새해 외교 방향을 설명하며 '사드배치 반대'를 핵심으로 천명했다. 한층 구체화되고 강화된 중국의 사드 보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이론지 기고문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 목표를 굳건히 추진해나갈 것"이라면서도 "핵문제를 빌미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미국을 방문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사드 배치 입장을 재확인하고, "사드는 자주권 문제인 만큼 중국이 반대하더라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의 보복 조치가 우리 경제와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 실장이 필요 이상으로 중국을 자극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리더십의 부재 상황에서 외교적 갈등을 키울 만한 발언은 경계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즉각적인 반발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중국은 외교부를 통해 "한국이 일의고행(남의 충고를 듣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행동하다)한다면 중한 관계는 훼손되고 이는 불행한 일"이라고 밝혔고, 같은 날 '아시아·태평양 안보협력정책 백서'를 발간해 사드 배치 중단을 촉구했다.
그동안 중국은 그동안 한국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등 한한령(限韓令)을 강화하는가 하면 △롯데그룹 세무조사 △한국 항공사 전세기 운항 불허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 보조금 지급 제외 △한국산 화장품·비데·공기청정기 수입 불가 판정 등 통상 압박을 가했다. 군사적으로는 전략폭격기 10여대를 동원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는 위협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 양국이 입장 변화 없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중국과의 외교는 물론 경제, 군사 등 전방위적으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 맞대응 시작하나…"진중한 자세로 중국 설득해야"
문제는 탄핵 정국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비공식적 경제 보복을 두고 국민감정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중국의 부당한 보복 조치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하고, 사안에 따라서는 보다 선제적인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며 공세적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닌 북핵 문제에 대응한 것이라는 확고한 입장을 피력하며 설득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정부는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와 관련,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위원회나 세계무역기구(WTO) 등 양자 및 다자채널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오프셋인쇄판에 최대 10%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의 비공식적 경제 조치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해석한다면 조금 곤란하다"며 "사드 문제는 북핵 이슈도 관련이 있고 미중 이슈도 관련이 돼 있는 복잡한 사안이라 풀리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상징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국내 여론을 흔들고 있는 점에 대해 우리 정부가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사드 레이더의 역할 및 기능 확대 등 중국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안보문제를 가지고 경제적 보복을 취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한국이 중국의 보복에 맞대응해 자칫 민족주의적인 대립으로 가기보다는 진중한 자세로 갈등을 관리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한국의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한중간 갈등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제한적인 손상이 오도록 갈등요인을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중국이 실질적으로 우려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우려를 덜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우리의 입장을 이해시킨다면 지금의 문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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