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2017]경쟁 심화 자동차 업계, 고급화 전략으로 돌파
"불황에도 비싼 차는 잘 팔려"…고급화로 물량·수익성 동시 공략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장 정체와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에 따른 경쟁 심화로 힘겨운 한해를 보낸 자동차 업계는 새해에도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서 시장을 지켜내는 한편 새로운 성장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9068만대로 올해 대비 1.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성장률인 3.6%(8902대) 보다 절반 수준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1748만대로 0.1%의 역성장을 기록하고 유럽은 1712만대로 0.6% 성장하는 데 그치는 등 선진 시장이 사실상 정체 상황을 맞는 가운데, 중국이 4.4%(2510만대), 인도가 6.2%(310만대), 러시아가 4.9%(150만대) 성장하는 등 신흥국 시장의 경기 회복으로 그나마 연간 2% 수준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시장 전망은 더욱 어둡다. 올해의 경우 전년 대비 0.7% 감소한 182만대에 그치고, 내년에도 감소세가 이어져 3.5% 감소한 176만대에 그칠 것으로 글로벌경영연구소는 내다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역시 내년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를 175만대 수준으로 예상했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위축 등 자동차 시장 정체 요인은 수 년째 계속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정부의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개별소비세 인하(2015년 9월~2016년 6월)를 단행하면서 시장을 어느 정도 지탱했었다.
실제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9.2%의 양호한 성장을 보였고, 올해도 상반기까지는 10%대의 증가세를 유지하다 개소세 인하가 종료된 7월 이후 급감을 보이면서 전체적으로 0.7%의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새해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대통령 탄핵으로 한동안 국정혼란이 불가피해 개소세 인하와 같은 경기부양책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시장 침체 극복을 위한 자동차 업계의 대응 전략은 ‘고급화’다.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자동차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SUV 라인업 확대와 제네시스 브랜드 안착으로 판매물량 지탱과 수익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목표치를 813만대로 전년(820만대)보다 낮게 잡았음에도 2년 연속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목표치를 소폭 상향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SUV 라인업 확대와 제네시스 브랜드를 앞세운 고급차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 침체 속에서도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 고급 브랜드들은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앞세워 이 시장에 안착한다면 불황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고급 브랜드는 대당 판매단가가 높은 만큼 수익성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존 출시된 제네시스 G90(국내명 EQ900)과 G80, G80 스포츠에 이어 새해에는 엔트리급 모델인 G70을 투입해 본격적으로 고급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도 새해 제네시스 G80 스포츠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고급 스포츠 세단 K8을 출시해 고급화 전략의 보조를 맞춘다.
국내 시장에서도 고급화 전략은 유효하다.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새해 국내 자동차 수요에 대해 “저성장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준중형 이하 실용 차급 수요는 감소하겠지만 양극화 심화로 고소득층의 준대형 이상 차급 구매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황일수록 비싼 제품은 잘 팔린다는 속설이 실제 자동차 시장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올해 SM6와 QM6를 출시하면서 인테리어와 편의사양, 감성품질 등에서 기존 중형 세단 및 중형 SUV들과 차별화하는 고급화 전략을 택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르노삼성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로부터 프리미엄 SUV 개발 전담 역할을 부여받는 등 그룹 내 위상도 크게 격상된 상태로, 향후 신차 개발이나 생산물량 배정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쌍용차 역시 새해 프리미엄 대형 SUV ‘Y400(프로젝트명)’ 출시를 통해 판매물량 확대는 물론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고급화 전략은 수익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아니라 브랜드이미지를 높여주고 전체적인 품질을 끌어올리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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