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M&A 불발, 유료방송 권역 폐지 유보
‘알파고 쇼크’ AI시대 개막
올 한해 IT업계는 인공지능(AI) 등 기술 부문부터 정책 이슈까지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통신 방송 분야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유료방송 권역제 폐지 등 규제 이슈가 휩쓸었다. 콘텐츠 부문에서는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으며 AI 시대 개막을 화려하게 알렸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한 '포켓몬 고(go)'는 국내 IT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위기의 케이블, ‘통신방송 융합’ 내년으로
2016년 통신 방송 업계 최대 이슈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무산이었다. 양사는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통신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케이블과 이동통신의 융합을 꾀하고자 했다. 첫 방송통신 최대 사업자 탄생에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업자들의 사활을 건 반대에 직면했다.
양사가 합병되면 CJ헬로비전이 보유한 23개 방송권역 중 21곳에서 이동통신지배력으로 1위에 오르며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치열한 당사자들의 공방 속에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제한을 근거로 결국 불허 결정을 내렸다.
다만 통신과 방송의 인수합병 시도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각 업계 1위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반발도 거셀 수 밖에 없었지만, 후발 업체들의 인수합병은 얘기가 다를 수 있다는 중론이다. 이미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내년 케이블 인수합병 계획을 공표하며,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한편 통신사와의 M&A가 좌절된 케이블 업계는 자체 생존력 강화에 나섰다. 우선 SK텔레콤과 케이블 6개 사업자는 동등결합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케이블 업체의 초고속 인터넷 상품에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상품을 묶은 형태이다. 자체 모바일 상품이 없어 통신사 결합상품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업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결과이다.
양사의 M&A 이슈는 케이블TV(종합유선사업자 SO)의 방송 권역 폐지 여부로도 확대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애초 권역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유료방송 발전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SO들은 현재 78개 권역으로 나눠서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이 권역제가 케이블TV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돼왔다는 취지다. 이통사의 IPTV나 위성방송이 전국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가운데, 지역별로 방송 서비스를 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SO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유보됐다. 미래부는 SO 사업권역 개편을 디지털 전환 완료 시점에 추진하겠다고 한 발 물러났다. 차후 정책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방법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알파고가 둔 신의 한 수...AI‘신호탄’
신기술 열풍도 거셌다. 지난 3월 알파고가 이세돌 프로바둑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하면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는 AI 분야에 대한 개발 및 투자를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고도화된 AI 플랫폼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산업분야가 융합되고 폭발적인 생산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대비에 나선 것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이전부터 AI시대에 대비한 다수의 관련기업 인수합병을 성사시켜 왔다. 특히 구글은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AI 관련 기업을 인수 합병하는데 280억달러(한화 약 32조원) 이상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인식한 듯 국내 대표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AI를 지목하고 관련기술 투자·확보에 총력전에 나섰다. 또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를 인수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차기작 '갤럭시S8'에 고도화된 음성인식 AI 등이 탑재될 것을 예고했으며, 이외에도 각 기업들은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까지 투자하며 전문인력 확보에 돌입했다.
◆포켓몬GO 열풍에 대충격…VR·IP 찾아 'GO'
지난 7월 미국에서 출시된 ‘포켓몬GO(포켓몬고)’는 유명 지적재산권(IP)의 폭발적인 위력과 증강현실·가상현실(AR·VR)의 뛰어난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록 국내에서 서비스 되지는 못했지만 해외에서 보여준 활약은 국내 게임업계에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했다.
실제로 올 한해는 ‘메이플스토리’, ‘리니지’ 등 유명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은 새로 유입되는 사용자들뿐만 아니라 해당 IP의 팬 층까지 게임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며 “세계적으로 흥행한 IP를 바탕으로 제작한 게임은 그만큼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데도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AR·VR과 게임 콘텐츠와의 시너지가 조명되면서 업계, 정부 기관도 해당 분야 개척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 “포켓몬고는 기술·스토리·캐릭터가 하나로 이어지면 성공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VR 콘텐츠 제작 업체 전폭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어 지난 11월 국제게임박람회 ‘지스타2016’에서는 개별 게임 업계, 기관 등에서 마련한 AR·VR 시연 부스가 연일 문전성시를 이뤄 시장의 성장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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