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엘리트’ 중개업소, 토허제 재지정 직격탄
주말까지 갭투자 몰려…‘갑’에서 ‘을’된 집주인
삼성·청담 관망세 ‘뚜렷’…장기적 우상향 기대
“매일 호가가 빠지고 있습니다. 리센츠 33평이 32억원에서 28억원까지 떨어졌어요. 급하신 분들은 주말까지 팔아달라고 하시고 매수자들은 주말까지 기다리겠다는 분위기죠.” (서울 송파구 잠실동 공인중개업소 A씨)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후 35일만에 강남3구와 용산까지 범위를 확대하자 재정하며 부동산 시장이 일대 혼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오는 24일 규제 시행을 앞두고 호가를 1억~2억원 가량 낮춘 매물들이 풀리며 ‘반짝수요’가 나타나는 가운데 입지에 따라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지난 21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인근 상가 중개업소들은 문을 활짝 열고 영업 중이었다. 불과 사흘 전인 지난 18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현장 점검을 피하겠다며 불을 끄고 암막 커튼까지 쳤던 모습과 대비됐다.
이 일대는 토허제 해제 수혜를 톡톡히 누렸던 잠삼대청의 대표 지역이다. 잠실 대장단지 중 하나인 잠실 엘스의 전용 84㎡는 지난달 말 3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평수는 현재 27억원까지 호가가 떨어졌다. 토허제 확대 지정 발표 후 매도자 우위였던 시장 분위기가 하루 만에 매수자 우위로 바뀐 것이다.
상가 안의 중개업소들은 밀려드는 상담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23일까지만 ‘갭 투자(전세를 끼고 매수)’가 가능한 상황이라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매도자는 마음이 급한 상황이다. 지정 기간은 24일부터 오는 9월 말까지지만 시장 과열이 지속되면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한 중개업소 직원은 전화로 매매를 고민하는 매수자에게 “33평 매물이 29억5000만원에 나왔는데 실거주하는 분이라 집을 잘 보여주니 오후에 꼭 보러 오시라”고 권유했다. 바로 옆 중개소에서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이 상담을 받고 있었다.
잠실동 B중개업소는 “잠실 엘스 26평은 23억원부터 26억원까지 가격이 형성됐는데, 토허제 재지정 후 호가가 1억원 정도 낮아졌다”며 “전세를 낀 매도자들은 23일까지 어떻게든 빨리 팔아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갭 투자도 눈 여겨 보고 있다고 하니 “살 의향이 있다면 반드시 주말 안에 계약하시라”며 신신당부를 하기도 했다.
같은 상가의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24평과 33평 매물이 늘었는데 이중 절반은 전세를 끼고 있다”며 “토허제 해제로 4억~5억원 까지 호가가 치솟았다가 현재는 1억~2억원 정도 낮아진 상태로 당장 주택을 매도해야 하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잠삼대청으로 묶여 함께 해제 후 재지정이 이뤄진 삼성동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잠실에서 다리만 하나 건너면 되는 가까운 동네지만 차분한 분위기였다. 가격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잠실만큼 대단지가 아니어서 정책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으로 보였다.
삼성동에서 상대적으로 신축 단지인 래미안라클래시 근처 중개업소 관계자는 “34평은 매물이 2곳, 30평은 33억~34억원인데 역시 매물이 많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거래가 급한 곳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삼성동은 국내 대표 업무 지구로 신축 단지가 드물어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학군과 입지가 우수하고 개발 호재로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다.
대형 학원가는 형성되지 않았지만 대치동과의 거리가 3km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다. 이같은 이유로 신고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토허제가 해지됐던 당시 ‘아이파크삼성’ 전용 167㎡(63평)가 63억원, ‘롯데캐슬프레미어’ 전용 121㎡(49평)가 38억4500만원에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소형 평수 물량이 있는 삼성힐스테이트 근처 중개업소 관계자는 “토허제 해제 후 재지정에 일대가 혼란이었지만 금방 수그러들었다”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잠실·반포 등과 달리 삼성·청담 일대는 가격 하락이나 상승 폭이 완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토허제 이슈와 상관없이 매주 직접 부동산에 방문해 발품 파는 분들이 꾸준한 동네”라며 “공급 물량이 항상 부족한 곳이라 매도자들도 팔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19일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체 아파트를 대상으로 토허제를 확대 재지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하향할 수 있지만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