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2017]'산 넘어 산' 산업계, 내성 키워 재도약 기틀 마련
새해 경제성장률 제자리, 각종 악재 지속…'성장'보다 '생존' 절실
올해 국내 산업계는 대외적으로 글로벌 경기불황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환율악화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렸고, 대내적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에 휘말렸다. 업종별로도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부실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 해운업계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전자업계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등 각종 악재가 잇따랐다.
2017년 역시 상황은 크게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고, ‘트럼프 리스크’는 보호무역주의 악재의 위험성을 더욱 증폭시킬 전망이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으로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기업들에 대한 특검 수사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국정공백 등 부정적 요인들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세계 경제는 올해와 유사한 3.0%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의 재정확장 정책과 전자부품·철강 등 일부 산업부문의 과잉공급 조정, 산유국 공급조정에 따른 유가상승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고용확대 여력이 높지 않고 노동생산성 저하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재정확장에 따른 수요확대는 임금과 물가 상승압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금리인상 압력을 높여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한편, 통화완화를 통한 부양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LG경제연원은 분석했다.
또한 보호주의 및 고립주의 확산 흐름도 세계교역을 위축시키고 국가간 갈등을 높여 금융시장 불안감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상승은 자원수출 개도국 경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선진국 등 자원수입국에는 가계 소비여력 약화라는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경제 전망은 더 암울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9월 2.2%로 예상했다가 지난 18일 2.1%로 다시 낮췄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도 각각 2.2% 및 2.3%로 내년 성장률을 전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259개 업체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7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에서도 2.3%라는 전망치가 나왔다.
전반적으로 2%대 초반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올해(2.6%)보다 성장이 더 둔화되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성장률과의 격차도 더 벌어진다는 예상이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는 그나마 건설투자가 늘었고, 저유가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따른 소비반등으로 2%대 중반 성장률이 가능했으나, 내년에는 보호주의 경향 확대 등으로 수출활력이 크게 높아지지 못하는 가운데, 그동안 성장을 견인했던 내수 부문의 성장세도 주택경기 악화와 금리 상승에 다른 소비 위축 등으로 뚜렷하게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국내 정치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효과적인 정책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경기 악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해에는 환율 역시 올해보다 기업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1170원 수준으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절하되겠지만, 유로나 엔, 위안화 등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여 실효환율은 올해보다 2%가량 절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 경기전망 역시 부정적인 요인이 많다. 자동차의 경우 신흥시장 성장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현지 자동차 업체들의 점유율 확대로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선진 시장인 미국에서도 새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돼 국내 기업들이 더욱 고전할 것으로 우려된다.
내수시장 역시 국정혼란으로 지난해 및 올해 개소세 인하와 같은 정부 부양책을 기대하기 힘든데다, 가계부채 증가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올해보다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종도 미국, 중국, 인도 등에서는 보호무역주의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작 국내 시장에서는 반덤핑 제소의 비관세장벽을 세우지 못해 중국산 수입 철강재 수입에 따른 공급과잉을 겪는 상황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극심해졌던 수주가뭄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상승(해양플랜트)이나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교역확대(컨테이너) 등 획기적인 반전이 있지 않는 한 조선업황 회복은 요원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자업계는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흔들린 신뢰 회복이 급선무고, 올해 유가상승 추세로 실적이 좋았던 정유·석유화학 업계도 새해 유가 추이와 중국 상황 등 외부 변수가 많아 무작정 장밋빛 전망을 내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새해 ‘산 넘어 산’을 마주한 산업계는 공격적인 성장 전략보다는 구조조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 등을 통해 내실 다시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불황을 견딜 수 있는 내성을 키워 다시 호황이 다가왔을 때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고 각종 리스크가 산적한 상황에서 무리한 목표 수립은 성급한 경영적 판단이나 구성원들의 부담 증가로 이어져 갤럭시노트7 사태나 폭스바겐 연비조작 사태 등과 같이 기업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품질 안정화와 생산 효율화, 비용절감 등 내실을 다지면서 불황을 견뎌내는 노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정치적 혼란이 경제·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민간경제주체들의 심리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의 일관성 유지, 거시경제정책의 적응적 대응 기조, 적재적소적 내수 진작 노력, 서민생활 안정 노력, 적극적인 대외통상정책,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 실효적인 중장기 경제성장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