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원산지표기 법안 또 ‘무산’…비관세장벽 제자리걸음
건설업계 반대 극복 못해…보호무역 맞서 경쟁력 상실 불가피
건설업계 반대 극복 못해…보호무역 맞서 경쟁력 상실 불가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또다시 국회통과가 무산되면서 지난 19대 국회에 이어 이번에도 건설업계의 반대 목소리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21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국토소위)를 열고 철강재 원산지 표기를 의무화하는 이번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또다시 무산되면서 내년 임시국회를 기약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건산법 개정안 등 철강재 원산지 표기를 의무화한 유사 법안들은 19대 국회 때인 지난해 2월과 11월 두 차례 발의됐으나 끝내 폐기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내년 임시국회서도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에 건설업계 출신이 포진돼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반대의사를 표명한 김현아 의원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이다. 개인 사정으로 국토소위에 불참한 박덕흠 의원(새누리당) 역시 과거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우현 의원도 건설업계 인사와 가까운 인물이다.
이번 개정안 발의는 철강 내수시장의 비관세장벽을 높이기 위한 구원투수로 정치권이 직접 등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비관세장벽 강화가 절실했던 철강업계의 아쉬움도 그만큼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는 미국, 중국, 인도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동시에 중국산 수입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반덤핑 제소로 맞대응해야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대외관계 특성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 변수도 제소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의 경우 사드 배치 문제로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타업종에서 미국, 중국 등의 무역 보복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로 우리나라가 적극적인 반덤핑 제소 대응을 펼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과거 중국산 H형강에 반덤핑 관세율 부과를 받아낸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최대 피해자인 포스코는 해당 품목에 대해 미국 무역법원 항소 및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판결까지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단기간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세계 1, 2위 수출국이지만 수입 순위에서는 10위권 밖에 머무는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은 세계 3위의 철강 수입국임에도 수입장벽이 현저히 낮다”며 “수출입 불균형이 이처럼 심각한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수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계관세(CVD), 세이프가드, 최저수입가격, 수입모니터링 등 철강 관련 수입방어 수단의 강화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철강업계는 빠른 시일에 건산법 개정안이 통과돼 부적합 수입산 철강재 사용에 따른 안전사고를 사전 방지하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한 단가 후려치기가 저가 중국산 철강재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이는 결국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건설 안전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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