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의혹 키웠다”…면세점 신고제 도입 요구 ‘빗발’
의혹만 키운 면세점 ‘밀실심사’ 명분 상실
관세청 신고제 도입 ‘기우’?
의혹만 키운 면세점 ‘밀실심사’ 명분 상실
관세청 신고제 도입 ‘기우’?
현행 시내 면세점 허가제를 신고제(등록제)로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허가제로 인해 면세점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한 심사로 특혜 의혹만 불거져 명분을 잃었다는 주장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신고제 도입 요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허가제 도입 이전인 2008년 이전처럼 시장 진출의 문턱을 낮추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 것이 시장 논리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허가제로 씌워진 울타리는 역량이 모자란 업체가 제한적 경쟁 환경에 의지하게 만들어 면세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러한 업체들이 로비나 청탁 등 실질 경쟁력 이외의 요소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SK, 롯데는 지난해 11월 특허권 재승인에서 탈락해 20년 넘게 운영한 매장 문을 닫았다. 특허가 취소된 이유도 명확치 않다. 반면 한화와 두산은 면세점 경험이 없었지만 각각 7월과 11월에 신규사업자로 선정됐다. ‘밀실심사’를 진행하는 관세청이 입맛대로 특허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세청은 전날 신고제 도입 주장을 일축하는 입장을 내놨다.
관세청에 따르면 신고제로 변경할 경우 오히려 대기업과 글로벌 면세점의 독과점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면세점 등록제가 도입되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업체가 시장에 진입해 특혜 논란이 해소되는 장점이 있으나 자본력·구매협상력·마케팅 등에서 유리한 대기업과 글로벌 면세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독과점이 심화하고 저가상품 및 위조품 판매 등으로 인해 국내 면세점에 대한 신뢰도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면세업체 난립으로 세관의 엄격한 관리감독이 곤란해 밀수와 탈세 등 불법행위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면세점 사업은 백화점, 마트와 다른 차원의 사업이다. 재고 부담은 물론 임대료, 인프라 구축까지 초기 투자비용이 커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관세청이 우려하는 면세업체 난립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고제 시행을 하게 되면 역량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업체의 경우 자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 진입 자체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청이 굳이 허가의 칼자루를 쥐고 있을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관리·감독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고제 시행은 이번 하반기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을 공정하게 진행한 후에 본격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불똥이 튀면서 검찰이 롯데와 SK의 수사에 돌입하면서 추가 사업자 선정마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고제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단계에서 갑작스런 변화는 부작용이 발생될 소지가 크다”며 “신고제 이전에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받고 제도 내에서 처벌 및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고제 시행 여부는 차기 정권에서나 논의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현행 면세점 특허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담긴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를 연기하기로 했다.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에도 최순실 또는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빗발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불발됐지만 이와 별개로 신고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증폭될 것”이라며 “5년이든, 10년이든 기간의 울타리에 안주하기보다 면세점 사업을 오랫동안 영위할만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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