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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표 코미디 '꽃의 비밀' 측은한 여자들의 하룻밤


입력 2016.11.29 07:19 수정 2016.12.20 23:18        이한철 기자

장진이기에 가능한, 위로·희망 담은 코미디

29일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서 개막

배우 소유진(왼쪽부터), 배종옥, 이청아가 연극 ‘꽃의 비밀’ 프레스콜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한 여자의 비밀스런 일 때문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지금, 잠시 고통을 잊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코미디 천재 장진 감독의 연극 '꽃의 비밀'(제작-문화창작집단 수다/수현재컴퍼니)이 새로운 캐스팅으로 무장해 돌아왔다.

'꽃의 비밀'은 장진 감독이 2002년 연극 '웰컴 투 동막골' 이후 13년 만에 선보인 코미디로 네 명의 아줌마들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다.

끊임없는 상황 코미디의 연속, 기대를 벗어나며 웃게 만드는 대사, 캐릭터의 깊숙한 내면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장진식 코미디'가 진하게 녹여져 있는 작품이다.

배우 김보정이 연극 ‘꽃의 비밀’ 프레스콜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장진 감독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열린 연극 '꽃의 비밀' 프레스콜에서 "관객들은 여자들의 비밀스런 하룻밤을 지켜보게 되는데, 그 안에서 나라도 다르고 사는 환경도 다르지만 참 고단한 삶을 사는 캐릭터를 만난다. 그 캐릭터를 보며 실컷 웃지만, 공연이 끝난 후에는 웃은 게 미안할 만큼 그녀들의 소동이 측은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우울한 뉴스로 고통 받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의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장삿속 같은 느낌이 들어 애드리브는 넣지 않았다"는 장진 감독은 그럼에도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길 바랐다.

장진 연출은 "12월에 올리는 연극은 약간 다른 의미가 있다. 한해를 마무리한다는 느낌도 있지만, 연말에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들과 마지막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면서 "한해 마지막을 우리 작품으로 보내는 분들의 삶에 우리 연극이 인상적인 휴식과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우 배종옥이 연극 ‘꽃의 비밀’ 프레스콜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이번 무대는 완전히 새로운 캐스팅으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장진 감독의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카리스마 넘치는 명연기로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로 우뚝 선 배종옥은 기존의 우아한 이미지를 버리고 허당 주당 캐릭터 자스민으로 분해 제대로 망가질 예정이다.

"내가 갖고 있는 무거움과 진지함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을 꿈꿨다"는 배종옥은 "지금까지의 배우 생활도 만족스럽고, 그런 이미지를 놓아버리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계속 그런 이미지를 간다는 건 배우로서 살아가는데 지루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재밌고 유쾌한, 그런 메시지를 통해서도 진지하고 좋은 얘기를 할 수 있는데, 굳이 무겁고 힘든 이미지를 고수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작년 겨울에 드디어 주옥같은 작품을 만났고, 정말 하고 싶었다"고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혼하자"라는 말은 소심하게 남편이 잘 때 밖에 못하고 늘 취해 고래고래 노래 부르는 자스민 역은 극의 메인 웃음을 담당하고 있어 배종옥의 파격 변신이 더욱 기대된다.

초연 멤버 조연진도 자스민으로 다시 합류하여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연진은 이번 공연에 유일하게 참여한 초연 멤버여서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장진 연출은 "임신 8개월의 만삭이었는데 아무한테도 얘기 안하고 공연에 임했더라. 그리고 아이를 낳으러 갔다. 연장 공연과 지방 공연 함께 하고 싶어 했는데 하지 못했다. 그 미안함 때문에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 소유진이 연극 ‘꽃의 비밀’ 프레스콜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소유진은 2012년 뮤지컬 '김종욱찾기' 이후 4년 만에 무대로 복귀한다. 지난 8월 종영한 드라마 '아이가 다섯'에서 성숙한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소유진은 배우로서의 역량을 더 키우기 위해 연극 출연을 결심했다.

그녀가 분할 모니카 역은 예술학교 연기전공 출신에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지금은 그저 오크통 배달하는 청년과의 은밀한 썸을 유일한 낙으로 즐기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소유진은 "이게 들어왔을 때 연말까지 쉬려고 했던 터라 살짝 고민을 했었다"면서 "하지만 장진 감독님 팬이었고, 감독님의 코미디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며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소유진은 또 "내가 과연 감독님의 호흡을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 생각했다"면서 "그나마 부담이 덜했던 건 초연이 아니라서 연습 기간이 짧더라. 연말을 잘 마무리해보자는 생각으로 띠어들었는데 너무 즐겁고 재미난 시간들이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이청아도 모니카 역에 더블 캐스팅 됐다. 작년 영화 '연평해전'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여군 대위, 올해 '운빨로맨스'에선 똑 부러지는 알파걸을 연기하는 등 평소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연극만큼은 미루고 미뤄왔다.

배우 박지예(왼쪽)와 이청아가 연극 ‘꽃의 비밀’ 프레스콜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이청아는 "연극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항상 호기심이 있었지만, 관객들 앞에서 연기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며 연극 데뷔가 늦어진 이유를 전했다.

이어 이청아는 "배종옥 선배님이랑 28살 때 일일드라마를 함께 했는데, 선배님이 연극을 경험해봤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주셨다. 할 수 있는 연극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처음 경험인데 좋은 선배님과 좋은 대본 좋은 연출이 있는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올까 싶었다"고 말했다.

소피아 역에 더블 캐스팅 된 이선주와 구혜령은 무대, 브라운관, 스크린을 넘나드는 개성파 배우로 극의 무게중심을 담당한다. 부부끼리 전화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푼수 왕언니 소피아는 남장을 해서라도 보험금을 타려는 발칙한 작전을 세워 모두를 진두지휘한다.

공대 수석 졸업생으로 무엇이든 잘 고치는 여자 맥가이버 지나 역에는 김보정과 박지예가 더블 캐스팅됐다. 지나는 착하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바람피는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위험한 계획도 불사하는 열혈 캐릭터다.

극의 감초 역할을 담당하는 보험공단 허당 의사 카를로와 육감적 몸매를 지닌 보험공단 간호사 산드라 역에는 이동현, 최태원, 전윤민이 캐스팅돼 실력파 장진사단의 연기실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한편, '꽃의 비밀'은 끊임없는 상황 코미디, 기대를 비껴가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대사, 진지한 상황인데 웃을 수밖에 없는 코믹함으로 무장한 장진식 코미디다. 29일부터 내년 2월까지 DCF 대명문화공장 1관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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