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김용태의 ‘제 4지대’ 성공 가능할까
기득권 타파 '국민의당' 창당 환경과 비슷…구심점·세력 없는 건 걸림돌
비주류 탈당 본격화, 제3지대와 연대 등이 변수
기득권 타파 국민의당 창당 전과 비슷…구심점·세력 없는건 걸림돌
비주류 탈당 본격화하고 제3지대 연대하면 성공한다는 관측도
남경필 경기도지사, 무소속 김용태 의원 발(發) ‘제 4지대’ 구축이 이뤄질 수 있을까. 두 사람의 움직임은 주류 패권주의에 반발하며 창당한 국민의당의 출발점과 비슷하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같은 성공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이지 않는 구심점과 세(勢) 확장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남 지사와 김 의원을 포함한 새누리당 탈당파는 의원 20명을 확보, 원내 교섭단체를 자체 구성하는 게 1차 목표다. 이를 통해 야권 발 ‘제 3지대’ 흡수가 아닌, ‘제 4지대’를 구축, ‘부패한 보수’와 차별화한다는 의지다. 남 지사는 최근 “20명이 넘는 분이 탈당을 고민하고 있다”며 “결국 시간의 문제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들의 목표가 현실화된다면 대권주자인 남 지사의 입지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에 머무는 지지율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도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이듬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 전 대표 등과 출발점이 같다는 분석이다. 당시 이들은 친노 패권주의에 반발하며 ‘새 정치’를 기치로 들었고, 안 전 대표는 물론 문병호 전 의원 등이 탈당의 매개체가 됐다. 당시 이들은 “20명 이상의 소속당 의원들이 탈당한다”고 자신했다. 특히 문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본다. 더 이상 회생할 수 없다. 이제는 친노 패권과 독선을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 지사와 김 의원이 한 ‘새누리당 사망 선고’와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목표대로 중앙당 창당 45일 만에 원내 교섭단체(당시 현역 의원 21명)로 정식 등록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남 지사와 김 의원 등 새누리당 탈당파의 계획은 물거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관측이다. 구심점과 세력 면에서 ‘탈당 성공 사례’인 국민의당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안철수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과 진보 정당의 노른자인 호남의 지지를 끌어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국민의당에는 새정치연합의 호남 의원들이 대거 합류했다.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38석이라는 대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점에서 출발한다.
새누리당 탈당파의 경우 남 지사가 대권주자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미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고, 그간 원외인사로서 구심점 역할에서 조금 거리가 있었다는 점에서 불에 뛰어들 사람은 없을 거라는 해석이다. 김 의원도 ‘김무성계’로 분류는 돼왔지만, 비주류의 중심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비주류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잔류를 선언해 탈당 흐름마저 끊긴 분위기다. 김영우 의원 등 비주류 의원 일부가 내주 탈당할 거라는 설도 돌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친박계와 비박계 중진 6명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 중이고, 이정현 대표도 비대위 구성을 ‘제로 그라운드’에서 논의하겠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특히 친박계에서는 “허허벌판에서 둘이 얼어 죽게 생겼다”는 조롱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보에 “보수 특성상 탈당에 대한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고, 당내에서 해결 기미가 보인다면 비주류가 굳이 나갈 필요가 있겠느냐”며 “국민의당은 호남 민심을 전폭적으로 얻었고, 안철수라는 대권 주자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에 세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 관계자도 “안 전 대표처럼 탈당을 감행하게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도 없다. 안 전 대표 주변에는 원내 세력이 형성돼 있었지만, 남 지사와 김 의원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게다가 안 전 대표는 창당 비용까지 본인 스스로 감당했는데, 두 사람 중에는 누가 그럴 수 있겠느냐. 나가면 얼어 죽는다”고 했다.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 지사와 김 의원이 보수 성향의 ‘제 3지대’를 흡수하고 더 나아가 국민의당과 연대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또한 비주류 중 ‘정치 생명’을 고려해 결국 탈당 행렬이 본격화될 거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새누리당에 남으면 자신의 정치 생명이 끊길 거라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다. 이 같은 고민은 탈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재오 전 의원 쪽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 쪽 등을 모두 흡수하고 경우에 따라 국민의당과도 연합한다면 영호남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지금은 총선 전과는 달리 ‘대권주자 브랜드’를 보고 움직이는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늘푸른한국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 전 의원은 통화에서 “남 지사와 김 의원이 양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 세력, 대안 세력으로 거듭난다면 몰라도 우쭐한 기분에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전혀 성공할 수 없다”면서도 “12월 중앙당 창당 이후에 중도를 표방하는 세력들 간에 연합이나 연대를 구상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문 전 의원도 “당장은 두 사람이 국민의당에 입당하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고, 친박·친노·친문 패권주의 양극단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합리적 개혁세력의 가치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득권을 깨부수는 새로운 세력을 만들겠다는 전제 하에 연대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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