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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총수 망신주기 벼르는 '최순실 국조'


입력 2016.11.22 09:47 수정 2016.11.25 09:12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 '국정농단'사건 진상 규명이란 본질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식물경영'상태 빠진 재계, 더이상 성장동력 위축시켜선 안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위치한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청사 곳곳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8대 그룹 총수들은 지난 13일 대통령 면담관련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데 이어 또다시 특검과 국정조사 청문회장에 또다시 줄소환당할 처지에 놓였다. ⓒ연합뉴스

'국정농단'사건 진상 규명이란 본질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식물경영'상태 빠진 재계, 더이상 성장동력 위축시켜선 안돼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가 12월 초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8대 그룹 총수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특검(참고인)과 국정조사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줄줄이 불려나갈 처지에 놓였다.

벌써부터 우려되는 것은 이른바 ‘최순실 국조'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보다는 재계 총수 망신주기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매년 국감때마다 재계 총수들을 국감장에 세우지 못해 안달하던 정치권이 아니었던가.

국조 특위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특검과 국정조사의 주 목적은 말 그대로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다. 최순실씨가 국정농단을 벌인 범위,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직권남용’과 ‘공모죄’여부에 집중돼야 할 것이다.

이미 검찰의 중간수사결과에서 밝혀졌듯이 기업들은 피해자다. 따라서 이번 특검과 국정조사 청문회장에는 참고인 자격으로 증인출석하는 것이다.

재계 총수들을 국조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세웠다는 이유로, 공범취급하며 죄인다루듯 해서는 안된다. 만약 그렇다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핑계로 또다른 계산이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일이다.

기업에게 잘못이 있다면, 나라가 어렵다며, 혹은 좋은 일에 쓴다며 국가가 혹은 정치권력이 돈을 요구했을 때 거절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이 지나치게 정치종속적인 것도 작용했다. 말을 안들으면, 검찰수사에, 공정거래위원회에, 국세청에 3대 조사권을 발동해 기업의 팔을 비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일종의 고액보험료를 낸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번 사건만 보더라도 삼성, 현대차 등 몇몇 그룹들에게는 최씨 측근들이 ‘살아있는 권력’을 등에 업고 협박까지 해대지 않았는가.

또다른 이유는 국가발전과 사회공익적 차원이란 ‘선의의 목적’을 외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벤처중소기업을 돕기위한 창조경제혁신센터, 평창동계올림픽, 농어촌상생기금, 각종 재해복구성금, 연말 불우이웃 돕기 성금 등 정부가 그동안 기업에 손을 내민 것은 다 따지기조차 힘들 정도다. 출연금액도 어마어마하다.

이강미 산업부장 ⓒ데일리안DB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한류확산, 문화, 스포츠 사업육성을 목적으로 재단설립이 필요하니 기업들에게 기금출연을 요청했고, 기업들이 화답한 것이다. 대부분 국가재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공익적 사업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와 기업을 연결하는 심부름 역할만 했을 뿐이다.

문제는 돈 낼 때는 가만히 있다가, 문제가 터지면 기업들을 싸잡아 ‘공범취급’하는 일부 정치권의 얄팍한 처사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국가의 사회공헌적 사업에 돈 낼 기업이 누가 있겠는가.

더 큰 문제는 단지 의혹만을 갖고 반기업정서를 확산시키는데 있다. 격앙된 국민감정에 편승해 사실확인된 내용이 아닌 의혹을 경쟁적으로 확대재생산하면서 정국을 더욱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문제이다. 삼성물산 합병은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작년 7월 24일)하기 전인 작년 7월 17일에 이뤄졌다. 최순실 사건과는 엄연히 무관한데도 불구하고 대통령과의 ‘독대’이후 국민연금을 압박해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고 우기고 있다.

또한 삼성이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비선실세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최씨측근이 주도권을 잡고 쥐락펴락하는 대한승마협회와 갈등을 빚고, 끝내는 지원중단까지 했겠는가.

SK그룹 역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이유가 최태원 회장의 사면복권 특혜를 노렸다는 의혹은 앞뒤가 맞질 않는다. 만약 특혜를 노렸다면, 통상적으로 기업규모에 따른 준조세 비율을 훨씬 넘는 돈이 든다고 하더라도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2를 기준으로 했다면 현대차 1.2, SK그룹 1, LG그룹 0.8의 관례적인 비율에 맞춰 각종 준조세와 지원금을 낸 것만 보더라도 특혜성이 없었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증명이 된다. 게다가 정식 출연금 외에도 올해 초 비선실세인 최씨측으로부터 80억원의 추가출연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하지 않았던가.

이같은 객관적 사실들만 보더라도 기업들은 비선실세와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최씨 측근들로부터 협박을 받은 기업들도 상당수였고, 비선실세가 최순실씨였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이 터지고서야 알았다는 기업도 있을 정도다.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인해 기업들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날로 불확실해져가는 상황에서,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해야 할 기업과 경영인들이 ‘최순실’이란 족쇄에 묶여 검찰에 불려다니고, 기업경영은 말그대로 ‘식물경영’ 상태에 빠졌다.

더 이상 기업들의 성장동력을 위축시키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은 이번 국정조사를 빌미로 기업인들을 정쟁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 진상규명’이라는 사건의 본질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

촛불을 든 민심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환골탈태하길 원하고 있다. 정쟁을 위한 정쟁, 기업사냥을 일삼으며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 땅에 공의가 비처럼 내리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기를, 기업경영하기 좋은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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