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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국내각'하면 '식물대통령'이 군 통수권 갖는데?


입력 2016.11.05 05:58 수정 2016.11.05 06:19        이슬기 기자

전시상황이나 비상사태 맞으면 군 완전 장악 어려워

군 통수권 관련 위험 요소 파악해 대비책 마련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10월 1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의장행사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야권에선 대통령이 현직에서 물러나는 ‘하야(下野)’와 국회에서 내각을 구성하는 ‘거국중립내각’ 요구가 거센 가운데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군 통수권과 관련한 안보 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이 스스로 현직에서 물러날 경우, 헌법에 따라 국무총리가 군 통수권을 갖는다. 군 통수권은 헌법이 명시한 국가 원수의 고유 권한이지만, 대통령이 사망·탄핵·하야 등으로 직위 유고 상태에 놓였을 때는 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하게 돼 있다.

현재 야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인사들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다. 안 전 대표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우리나라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선언했고, 박 시장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신뢰를 잃었다"고 하야를 촉구했다. 제도권 정당 중에선 정의당이 ‘하야 촉구’ 신호탄을 쏘았다.

이들이 하야를 주장하는 주된 이유는 민간인 최순실 씨가 외교·안보 통치행위에 참여했을 가능성 때문이다. 최근 최 씨가 개성공단 폐쇄와 대북방송 재개 등 대북 강경책을 주도했다는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록히드 마틴의 로비 정황을 근거로 최 씨가 사드 배치에도 관여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즉, 통치능력을 결여한 ‘식물 대통령’에게 군 통수권을 맡기는 것 자체가 위험한 데다, 박 대통령이 북한카드를 국내정치 위기 타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외교상 기밀까지 민간인인 최 씨에게 흘러들어간 상황에서, 외교 상대국들도 박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기지 못하는 만큼, 외교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이미 외교·안보 분야까지 관여한 정황이 있는데 어떻게 안보 문제를 대통령에게 맡길 수 있겠느냐.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외치를 여전히 맡는 것은 상황을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군 통수권 이양 시 생길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해서도 “이미 군 통수권자로서의 능력이 없는 식물대통령이 비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도 있다. 1년 4개월 간 그 상태로 두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추천을 받은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 총리로 내정하자 그에 반발한 야당에선 하야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의 개각 발표에 대해 ‘방패인사’로 규정하며 "엿 먹으라는 방식의 총리 인선“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만약 하야가 아닌 거국중립내각으로 사태가 귀결된다면, 대통령의 직 자체에는 변화가 없으므로 군에 대한 통수권은 여전히 대통령에게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내각의 통제권 밖에 있는 군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일어날 위험 가능성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물론 각료에 대한 인사권을 총리가 갖고 국방부장관도 임명하기 때문에 군 조직이 완전히 내각의 통제 밖에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전시상황이나 비상사태 등 정국 혼란에 직면했을 때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 군을 제대로 통솔하기는 쉽지 않다. 또 안보 관련 대처방안에 대한 대통령과 총리의 이견이 생길 경우에도 적잖은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거국중립내각을 시행할 경우, 안보 불안 정국에서 군 통수권과 관련한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해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 전문가인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위험 요소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통해 결정할 순 있지만, 혹 전시에 국방장관과 대통령이 부딪쳐 일사분란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아무리 총리가 안보를 책임진다 하더라도 대통령과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정치학 교수도 “누가 봐도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서 손을 떼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군 통수권 등 안보 문제만큼은 단순히 정치적 분노로만 접근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이야기가 돼야한다”며 “물론 옛날과 같은 쿠데타가 일어날 리는 없더라도, 대통령의 절대 권력이 반토막 난 상태에서 군 조직 내부적으로도 혼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야권은 이번 사태의 ‘공범’인 새누리당에겐 총리 추천 자격이 없다며, 사실상 야당이 제안한 인사를 총리로 앉히는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지지하고 있다. 여당내 비주류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와 여당 주류측에선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가 독립적 인사권을 갖고 국정 일부를 책임지는 책임총리제를 선호하며, 그 차원에서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내정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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