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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이대 점거농성 80일' 도대체 누가 주인?


입력 2016.10.15 08:07 수정 2016.10.15 08:23        이선민 기자

"학교 의지 안보이고 학생들은 순진하고"

같은 진단 다른 원인 학내외 다른 시각

지난 8월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에서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학내에서 행진 및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학교 해결 의지 없어” vs “학생들 의결체제”

15일은 이화여대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한 지 80일이 된다.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사업철회를 주장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한 학생들은 사업이 철회됐지만 총장퇴진을 외치며 지금까지 농성을 풀지 않고 있다.

스스로를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일동’으로 칭하고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은 성명을 통해 “앞으로 2년 더 남은 최 총장의 임기를 지켜볼 인내심이 없다”며 농성 해제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총장의 사퇴 혹은 해임뿐이라고 주장한다.

학생들의 반발로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이 철회되었음에도 여름방학 중에 시작된 시위가 학기의 3분의 1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는 원인에 대해서 이화여대 내부 구성원과 밖에서 이 사건을 지켜봐 온 전문가에게 물었다.

학내에서 이번 사태를 겪은 이화여대 A 교수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학교에서 원인을 찾았다.

A 교수는 13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기본은 결자해지다. 그러나 학교 측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화의 가치’를 내세워 이 사태를 참고 이해해 달라고 하고 있다”며 “허상을 좇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문제의 발단이 학교에 있으면 총장이 물러나는 등 발전적인 해결책을 학교에서 제시했어야 한다”며 “문제를 해결할 생각 없이 미적대며 불명확한 이화의 가치만 주장하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에게도 문제는 있다”며 “학생들부터라도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우리 학생들이 너무 여리고 순진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사회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 교수는 “한 학교에서 배출된 사람들이 역사 속에 스며들면 학교는 사회 전체와 호흡하는 셈”이라며 “학교의 주인은 학생과 동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화여대 사태는 우리 사회의 단적인 모습일 것”이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앞으로 질주하면서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생각하는 것은 사회 곳곳에서 보이는 모습”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8월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에서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학내에서 행진 및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반면 외부에서 사태를 지켜본 심리전문가 B 교수는 학생들이 합의를 도출하기 힘든 의결방식을 사용하는 가운데, 농성의 명분까지 강화돼 물러설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원인을 찾았다.

같은 날 본보와 인터뷰 한 B 교수는 “지금 학생들의 의결 형태가 화백회의 같은 만장일치제 형식”이라며 “이 방식은 굉장히 민주적으로 보이지만 정서적으로 치우친 결정을 내리기 쉽고 적정한 선에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구나 80년대도 아니고 2016년에 학내에 경찰을 투입한 이후로 학생들이 시위의 명분을 쥐게 됐고, 선후배들이 그를 지지하면서 명분은 더욱 강화됐다”며 “사람들은 외부에서 지원을 받으면 일을 하게 돼있다. 여기서 학생들이 할 일이 이 농성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학내사태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최순실 씨와 그 딸 정모 씨에 관한 특혜의혹”이라며 “학교의 부조리 의혹이 가중되면서 학생들은 이번 행동이 사회를 깨끗하게 하고 학교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비전을 찾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개인 인터뷰는 거절하고 있지만, SNS 등을 통해 실제로 “평화롭게 시위한 이화인들 정말 멋지다.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네티즌들도 “이대 나온 여자라고 조롱받던 이화의 자부심이 재조명받는 기회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B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화여대는 우리나라에서 상징적인 여대다. 하지만 그 자부심에 비해 최근에는 선배들이 끌어주고 후배들이 밀어주는 과정이 확연히 드러나는 경우가 없었다”며 “이런 식의 투쟁에서 학내 혹은 학외 지지를 얻은 것이 아주 오랜만이거나 새로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예상치 못했던 심리적 소득이 됐다”며 “이번 시위가 선후배를 뭉치게 한다고 인식한 이후로 이 시위는 학내 선후배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명분을 가진 정의로운 싸움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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