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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종사노조 “37% 임금인상 고집 안 해”


입력 2016.10.12 10:48 수정 2016.10.12 10:55        이광영 기자

노조, 조건부 타협가능성 제시

대한항공 “1.9% 인상안 변화 없다”

이규남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연합뉴스

임금인상률을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변화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규남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12일 “37% 임금인상을 굳이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우리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집행부나 조합원들도 동의하는 바”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명분없이 타협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임금이 10여년 동안 동종업체 대비 떨어진 원인을 분석하고 드러난 문제점을 회사가 고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노조 역시 임금인상율 변화 폭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사내 조종사 이직이 늘고 있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작년에만 120명이 넘는 동료 조종사가 회사를 떠났고, 올해 상반기에도 30명이 넘어 섰다”며 “이직에 여력이 없는 일부 조종사를 제외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숙련된 조종사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조원들 중심으로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 노조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회사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위기를 통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염려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측에 제시한 1.9% 임금인상안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 특히 노조가 회사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일 열린 ‘2015년 제8차 임금교섭’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확고히 했다.

이병호 대한항공 인력관리본부장은 당시 “조종사 수요가 늘어났다고 해서 임금을 왕창 올려주면 회사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망한다”며 “올해 제외하고 최근 5년간 회사는 계속 적자가 났다. (요구만큼) 그렇게 높은 임금을 감당할 수 있을만한 회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대한항공은 조종사 이탈과 재무구조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고연봉과 더 나은 복지를 찾아 중국 등 해외 항공사로 이직하거나 기장직을 일찍 달기 위해 저비용항공사로 떠나는 국내 조종사들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을 떠난 조종사의 수는 122명으로 2014년(16명) 대비 7배가량 급증했다.

또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1082%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21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최근 33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서 부채 감축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 초 ‘BBB+’로 떨어진 신용등급의 추가 하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는 좀체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회사의 입장 변화라는 조건부 타협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불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향후 열릴 제9차 임금교섭 일정도 미궁에 빠졌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원들이 지난 6월 28일 집회를 열고 사측에 대한 세무조사 청원 추진 및 임금정상화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조종사노조는 지난 11일 정오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임금 정상화를 위한 윤리경영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지난 8월 9일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지 두 달여 만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회사는 1.9%의 임금인상안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간 것이 없고 충성도 부족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 징계를 남발하고 있다”면서 “성실교섭을 외면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임금교섭 개선안을 제시할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날 집회와 관련해 “노사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나 근거 없이 의혹을 남발하는 등 회사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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