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도사' 자처한 임종룡…개미들 '부글부글'
공매도 제도 장점 열거한 금융위원장, 공매 세력 포트폴리오 공개 반대
시민단체, 투자자들 "공시제도 보완해야"
공매도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전도사'로 자처하고 나섰다. 한미약품 사태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금융위원장이 나서 공매도의 장점을 열거하고 나선 것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으로 불거진 공매도 제도 논란에 금융위원장이 직접 해명해 진화를 시도했지만 공매도 공시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처럼 공매도 세력에 반감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주식이 하락해야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공매세력과 주가가 상승해야 수익을 얻는 개인투자자들의 이익 충돌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정보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공매도 제도가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 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미약품 사태의 본질은 공매도 제도의 문제가 아니고 공매도 제도와 공시 제도라는 두 가지 도구를 이용한 시세조정, 불공정 거래"라며 "현재 우리 공매도 공시제도가 가진 국제적 정합성을 유지한다는 원칙 내에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임 위원장은 공매도 제도가 폐지되면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없는 시장'이 될 수 있다며 폐지론을 일축했다. 아울러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가 시행한 공매도 공시제에 쏟아지는 비난도 정면 반박했다. 대량보유자 공매도 포트폴리오 공개에 대해 임 위원장은 "과도한 요구"라고 못박았다.
임 위원장은 "자기 포트폴리오를 드러내라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해외투자자들이 우리 시장을 찾지 않을 것"이라며 "현물거래를 하는데 기관투자자에게 뭘 사고 팔았는지 말하라고 하는 것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자본시장과 관계자는 "공시제를 무조건 수정하지 않겠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며 "해외에서도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등 기준이 다양하기 때문에 글로벌스탠다드를 보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그간 쌓여있었던 공매도 세력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는 국면에선 상승흐름을 꺾고, 주가 하락기에는 주가하락을 가속화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며 공매도 제도 폐지 및 보완을 주장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자체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사기행위나 다름없다"며 "독일처럼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공시위반 제재 수단으로 벌금 6억원을 부과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도 "공매도의 이론적이고 이상적인 측면은 인정하지만 국내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고 큰 손에 의해서 출렁일 수 있는 부분이 많아 과태료 수준이나 정보 공개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매도 잔액 공시제'는 공매도를 많이 한 투자자의 신원을 공개해 과도한 투기적 공매를 막자는 데 있다. 하지만 공매도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계 헤지펀드 등의 실체는 공개되지 않고 있어 보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의 스왑계약 상대방을 공시 대상자의 특별관계자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과 최초 공시 이후 0.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경우 해당 내역을 별도 공시하도록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공매도 단골손님 국민연금…주식 대여 제한해야"
또한 공매도 논란에 단골로 등장하는 국민연금에 대해 주식대여 제한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식대여로 이자 수익 190억원을 거뒀다. 국민연금의 주식을 대여하는 공매도 세력이 많아지자 국민연금이 보유한 기업 주식의 대여를 제한하는 법안도 발의될 예정이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기업 주식의 대여를 제한하는 '국민연금법 일부법률개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권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3년1월부터 올해6월까지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53개 종목 118만5806주, 629억원 어치의 주식을 대여해주고 투자자들로부터 64억8838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의원실 관계자는 "공매도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물론 민간영역에서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국민연금이 수수료를 받으면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제도 개인투자자들 활용 어려워 불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장 조절 기제로서의 공매도 제도의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하기도 한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제도를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히고 있지만 공매도의 순기능도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도 공매도를 잘 활용하면 롱숏전략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주식에도 거품이 끼기 때문에 공매도를 통해 거품 형성을 방지하고 거래량이 증대돼 유동성이 좋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또한 국내에서는 주식을 빌린다음 공매도를 하고 다시 주식을 사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큐브이 아이셀레트’ 운영을 통해 개인의 주문을 받아 공매도를 대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공매도는 장점이 많은 제도지만 개인이 활용하기에는 복잡하기 때문에 접근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큐브이 아이셀렉트 상품을 통해 공매도와 매수 비율을 5대5로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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