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민 해결위해 '고군분투'하는 커뮤니티 '구공백말띠'
국회의원 참여 실시간 방송으로 정치권과 소통하기도
"긍정메시지 주고받는 청년 공동체 만들고파"
1990년생, 27살 청춘들이 모인 페이스북 페이지 ‘구공백말띠’가 정치권과 청년들이 직접 소통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7월 신보라 새누리당 의원을 시작으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까지 총 7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구공백말띠’ 페이지 운영자가 진행하는 실시간 방송에 참여해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이른바 ‘하얀 말 텔레비전-속는 셈치고 시작한 스물일곱 하얀 말의 회초리’라는 제목의 실시간 방송을 통해 정치인들은 청년들과 직접 소통하며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취업·결혼 등 청년들의 현실적 고민에 대한 입장과 견해를 밝히고 있다.
지난 7월 12일 신보라 새누리당 의원이 처음 ‘하얀 말 텔레비전’을 통해 청년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 이후, 같은 당 오신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표창원 의원,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등 6명의 여야 의원들이 연달아 출연해 청년들의 고민과 청년 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19일에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실시간 방송에 참여하면서 집권여당의 당대표와 청년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날 방송에 앞서 이 대표는 “여러분들의 아픔과 의견을 많이 듣고 싶다. (청년들의) 의견을 들으려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대화할 기회가 적다보니 오늘 아주 귀한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청년들과의 소통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청년들의 아픔과 고민에 크게 공감하면서 “친구 여러분들 힘들고 어렵더라도 힘내세요”라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가 하면,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섬김의 자세’로 청년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청년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구공백말띠’의 실시간 방송을 통해 국회의원들과 직접 소통하며 현재 안고 있는 고민들을 털어놓고 △사회안전 △취업 △공정성 △결혼 및 출산·육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여러 문제에 대한 정치권 차원의 해결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페이지의 주 활동원인 27세 청년뿐만 아니라 전체 청년세대의 호응을 얻으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3년 11월 13일부터 시작된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페이지는 19일 오후 5시 현재 총 5만 1757명의 페이스북 회원들이 ‘좋아요’를 누른 상태다. 이들 페이스북 회원들은 해당 페이지의 관련 게시물에 댓글을 달거나 공감을 뜻하는 ‘좋아요’를 누르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990년 백마의 해에 태어난 올해 27세 말띠 청년들은 고민거리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해당 페이지에서 댓글 형식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 또래 친구들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의견을 공유하거나 각자의 고민에 위로를, 꿈에 응원을 하며 새로운 커뮤니티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실제 페이지에는 ‘너는 잘하고 있고 잘할거야. 그리고 잘될거야! 늘 응원할게’(9월 17일), ‘난 우리가 조금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잠깐이라도. 너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8월 21일)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고, 그 아래에는 ‘힘내자’, ‘화이팅’, ‘항상 응원해’ 등 서로를 응원하는 댓글이 여럿 달려 있다.
해당 페이지를 즐겨 찾는 27세 박모 씨(여)는 ‘데일리안’에 “각자의 고민에 공감하면서 서로 위로의 말 한마디를 전하는 또래 친구들의 모습에 감동을 느낄 때가 여러 번 있다”며 “상업적이거나 정치적인 의도 없이 순수하게 소통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보기 드문 사례라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공백말띠’ 페이지 운영자 김건우 씨 역시 1990년에 태어난 27세 평범한 청년으로, 현재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며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김 씨는 본보에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가 공동체의 붕괴인데, 전국에 있는 동갑내기 친구들과 사회에 다양한 긍정적 메시지를 주는 공동체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 페이지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들과 실시간 방송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친구들이 하루에도 수십통씩 고민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오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 문득 씁쓸하게 느껴졌다”며 “마침 20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했고 친구들이 보내주는 깊이 있는 고민들이 정치권에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20페이지 분량의 댓글들을 모아 여야 의원들에게 보냈다. 이후 몇몇 국회의원들에게서 연락이 와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시간 방송 ‘하얀 말 텔레비전’이 청년과 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서로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평했다. 김 씨는 “국회의원들은 청년들과 이성적으로 대화하기가 어렵다는 편견이 있었고, 청년들은 국회의원들이 고민에 대해 원론적으로만 대답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방송을 하면서 그런 편견이 많이 깨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현재 김 씨는 오프라인 모임 행사인 ‘2016 하얀말 가을운동회’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10월 8일 운동회 개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참가 문의 댓글이 폭주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기도 했다. 실제 300명으로 제한된 운동회 참가자 모집은 신청 두 시간 만에 종료됐다는 후문이다.
90년생뿐만 아니라 많은 청년들이 해당 페이지의 활동에 큰 호응을 보내면서 페이지 판매나 광고 문의도 이어지고 있지만, 김 씨는 이를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앞으로도 ‘구공백말띠’가 사회의 긍정적 메시지를 전파하는 공동체의 창구로서 운영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친구들로부터 페이지 운영이나 행사 진행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돕겠다는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면서 “가을운동회와 같은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을 앞으로도 계속 준비해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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