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 노트' 쓴 아내, 남편 살해 후 호수에 투신

남편에 대한 불만 적고 살해, 죄책감 느껴 스스로 호수에 투신

경찰이 '거창 부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부부의 시신이 발견된 저수지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창 부부 사망 사건’은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뒤 죄책감을 느껴 스스로 호수에 투신해 목숨을 끊은 것이라는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달부터 해당 사건을 담당해온 경찰은 여러 가지 정황을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한 결과,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는 과정에 공범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은 결론을 짓고 수사를 종결한다고 16일 밝혔다. 여성이 혼자 범행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저수지 물을 빼고 증거물을 찾는 등 공범 파악에 나섰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유력 용의자로 지목돼 온 아내가 숨졌기 때문에 검찰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다만 경찰은 숨진 부부의 6명의 자녀가 이번 사건으로 마음의 상처와 충격이 큰 것을 고려해 수사 관련 내용을 일체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사건은 앞서 지난달 14일 거창군 마리면 한 농업용 저수지에서 A씨(남.47)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당시 A씨의 시신은 그물에 덮여 있었으며, 물 위로 떠오르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돌이 얹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즉 살해된 정황이 뚜렷한 것이다.

A씨는 올해 2월부터 가족과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A씨의 아내(46)마저 거창 부근에 위치한 합천군 합천호 부근에서 사라졌다. 이에 A씨의 큰딸은 이날 어머니 실종신고를, 다음날인 26일 아버지의 실종 신고를 했다. 이어 27일 어머니(A씨 아내)의 사체가 발견됐다.

하지만 경찰이 수습한 부부의 시신 상태와 실종 전후 상황 등으로 인해 해당 사건은 의혹에 휩싸였다. A씨 아내는 발견 당시 돌을 넣은 백팩을 매고 있었고, 경찰은 A씨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를 이어가던 경찰은 아내가 숨지기 전 약 한 달 동안 유서와 비슷하게 메모를 적어둔 노트를 발견했다. 여기에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경제적 어려움 등이 담겨 있었고, 경찰은 해당 내용이 살해 동기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A씨 아내가 지난 7월 25일 큰딸에게 "기다릴 만큼 기다렸지, 이제는 신고할 때도 됐지"라며 남편의 죽음에 대해 모종의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언급한 점도 이같은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꼽힌다. 다만 경찰은 노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일부 언론의 지나친 취재에 자녀들이 분개했으며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며 "남은 자녀들이라도 제대로 살 수 있도록 사건을 잊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