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뭇매' 철강, 맞대응 피하고 비관세장벽 강화
업체별 이해관계·사드 변수 등 제소 검토 난항
KS인증 강화·자국산 우선사용 등 수입 방어 중점
국내 철강업계가 최근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잇따라 '반덤핑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반덤핑 제소 맞대응이 아닌 비관세 장벽 강화로 노선을 선회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국산 열연강판, 냉연강판에 이미 높은 관세율을 매긴 미국을 중심으로 인도와 베트남까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연간 115만톤(2015년 기준)에 달하는 국산 열연의 대미 수출길이 막히게 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번 판정과 관련한 불공정 조사 여부를 검토해 행정소송이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가 향후 승소한다고 해도 판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단기간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철강업계에서는 반덤핑 제소 대신 비관세장벽을 강화해 내수시장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위기를 넘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철강포럼 세미나에서 “세계 1, 2위 수출국이지만 수입 순위에서는 10위권 밖에 머무는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은 세계 3위의 철강 수입국임에도 수입장벽이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이 상무는 “우리나라의 철강 수출입 불균형이 이처럼 심각한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수입장벽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며 “상계관세(CVD), 세이프가드, 최저수입가격, 수입모니터링 등 철강 관련 수입방어 수단의 강화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철강 내수시장 보호를 위한 비관세장벽 높이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철강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결성된 연구모임인 ‘국회철강포럼’(대표의원 박명재 새누리당의원)은 1호 법안으로 수입산 저급 철강재의 사용을 방지하는 내용의 ‘바이코리아’ 법안을 지난 6일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저급 수입 철강 제품의 무분별한 사용을 방지하고 공공부문에서 국산제품의 우선 사용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수원 장안)도 지난 6월 29일 건설현장과 건설 완료시 사용된 주요 건설자재·부재의 원산지를 공개된 장소에 게시하게 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철강업계를 지원사격했다.
시공 전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건설자재의 원산지 표기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부적합 수입산 철강재 사용에 따른 안전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또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철근은 지난 1일부터 불순물을 줄이고 항복강도를 높이는 등 KS 인증기준을 전보다 강화됐다. 기존 반덤핑 제소에서 기술적 장벽을 높여 수입산에 대응하는 것으로 선회한 것이다.
앞서 철강업계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되기 전에 정부, 협회와 공동으로 중국산 열연, 후판, 철근 등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품목마다 업체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사드 배치 등 정치적 변수가 작용하면서 현재로는 제소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 제품보다 30% 가량 저가에 공급되고 있는 중국산 열연에 대해 반덤핑 제소와 관련 타당성 검토에 나섰다.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제소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당시 현대제철을 비롯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은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들은 중국산 열연을 저렴하게 들여와 냉연이나 강관 제품을 만드는 수요가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포스코는 최근 통상대응 조직을 양적·질적으로 강화해 개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통상대응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지 주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제소는 개별 업체의 의지만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며 “최종판정까지 성공적인 전례를 남긴 H형강 반덤핑 제소처럼 관련업계가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의견을 합치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 변수도 제소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배치 문제로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여지가 있어 현실적으로 반덤핑 제소를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철근의 경우 지난해부터 호황기를 맞으면서 중국산에 의한 산업피해를 입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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