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를 바라보는 국민의당의 두 시선
'문재인 구심점' 뭉치는 더민주, '손학규' 두고 시각차 국민의당
'누가 뛰든 능력만 되면…' vs '정당성 담보하는 스파링 파트너'
'문재인 구심점' 뭉치는 더민주, '손학규' 두고 시각차 국민의당
'누가 뛰든 능력만 되면…' vs '정당성 담보하는 스파링 파트너'
야권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친문' 지도부를 선출하며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출정식을 연출했고, 유력 대권 잠룡이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무등산에서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같은 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강진을 찾아 또 다른 대권 잠룡인 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을 만나 합류를 강권했다.
하지만 더민주가 '대주주'인 문재인을 구심점으로 단결한 것에 비해 국민의당은 '대주주'인 안철수를 중심으로 단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박 비대위원장이 다른 대권주자를 만나는 등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어 묘한 차이점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와 박 비대위원장이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관측이 나왔다.
27일 토요일은 정치권에는 일주일에 하루밖에 없는 휴일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더민주 전당대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강원도당 창당대회를 마치고 전남 강진을 찾았다. 그는 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을 만나 막걸리를 마셨다. 두 시간 가량 지나 막걸리로 불그르슴해진 얼굴을 하고 기자들 앞에 나타난 박 비대위원장은 손 전 고문에게 "(더민주의) 전직 의원이시니까 대의원이시구나. 그런데 (전대에) 안나가셨다"고 농담하며 더민주가 손 전 고문의 마음에서 떠났음을 암시했다.
같은 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했다. 그는 호남에서 전대중인 더민주를 향해 "새누리당 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9일 전대를 통해 '친박일색'으로 지도부를 꾸린 새누리당을 빗대어 '친문일색'이 되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안 전 대표는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손학규 전 고문을 만나 경선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 "우리는 활짝 문호를 개방하겠다. 스스로 시험대를 만들고 끊임없이 그걸 돌파해나가야지만 최종적으로 선택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일단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공통적으로 손 전 고문의 합류를 바란다. 손 전 고문의 합류로 당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4의길'을 모색할 수도 있는 손 전 고문이 합류한다면 잠재적 위협요소가 제거되기 때문이다. 손 전 고문은 이미 더민주에서 이른바 '패권주의의 희생양'이 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양극단의 폐해'를 들고나온 국민의당에게 그 상징성은 더 크다. 호남에서 일정지분을 소유한 손 전 고문의 지지세는 덤이다.
그러나 각론에서는 서로 조금 다르다. 우선 대권도전을 밝히고 본격 행보에 나선 안철수 전 대표로서는 손 전 고문은 '정당성을 담보로 하는 스파링 파트너'다. 당의 대주주이자 창업주인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후보 자리를 순순히 양보할리 없다. 다만 이른바 제3세력을 규합하고 그들의 대표라는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그 분야의 인지도 있는 상대와의 경선이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 전 고문은 새누리와 더민주를 두루 거쳤고 일찌감치 '합리적 개혁'을 외친만큼 스파링 파트너로서 적임자다.
반면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박 비대위원장 본인이 대선에 나설 뜻이 있지 않는 이상 그에게 손학규 전 고문은 '국민의당이 가진 또 다른 대선카드'다. 만약 박 비대위원장이 '킹메이커'의 역할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자신이 만들 '킹'이 '안철수'던 '손학규'던, 킹의 자격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박 비대위원장은 과거부터 수차례 '경선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승부할 수 있는 플랫폼 정당'을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측 관계자도 이에 대해 "정치인은 당연히 서로 처한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가 분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안 전 대표가 당의 창업주이자 대주주지만 대표직에서 물러난 상황, 당내 실권은 박 비대위원장의 손에 넘어가있고, 다수의 호남 의원들이 호의적이지 않은 점을 들어 손학규 전 고문이 당으로 들어와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차라리 당을 떠나 독자적으로 대선을 치러낼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측은 이 같은 주장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편 야권 양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손학규 전 고문은 이번 더민주 전당대회의 영향으로 행보를 국민의당으로 옮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더민주가 전대를 통해 사실상 '친문체제'로 정비했고,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선 출정식'이라는 소리도 나오는만큼 더민주에서 대선후보는 이미 정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더민주 전대와 안철수 전 대표의 대권선언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야권판이 손 전 고문의 행보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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