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원샷법으로 'STX조선 사태 재현' 우려
조선업 구조개편 시 거래 대금 상환 여부 걱정
STX조선 선례 영향, 타 조선사 거래도 예의주시
철강업계가 지난 13일 시행된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을 기점으로 ‘제2의 STX조선 사태’가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한화케미칼 등 4개사가 원샷법 적용 승인 심사를 신청한 데 이어 공급과잉으로 사업 구조개편이 절실한 조선·철강·유화 부문 기업들이 적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원샷법 시행으로 개별 철강업체의 구조조정 시행에 따른 시간·비용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전반을 뒤흔들 만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조선을 중심으로 한 수요업체들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샷법을 통해 조선업계가 합병·매각·청산 등 전반적인 구조개편이 이뤄질 경우 그동안 후판을 공급해왔던 철강업체들이 거래 대금을 제대로 받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조선사 마다 거래조건이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현금 보다는 어음결제 비중이 크다”며 “STX조선의 선례로 인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들은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850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STX조선 사태는 어음결제가 발단이 됐다. 철강업체 3사는 STX조선에 연간 40만t가량의 후판을 공급해왔다. 이 과정에서 STX조선은 60일 만기 B2B외상매출채권(어음)을 지급받았고 추가로 최대 180일까지 만기를 연장 받는 등 혜택을 누렸지만 지난 5월 27일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TX조선은 지난달 25일 열린 관계인설명회에서 원금 및 이자의 85.77%를 출자전환 방식으로 갚고 나머지 14.23%는 10년간 분할 상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상거래채권 변제 계획 잠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철강업체 3사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대표이사 명의로 공동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금의 대부분을 상장폐지로 인해 가치가 주당 1원 수준의 주식으로, 대금의 14.23%만을 10년에 걸쳐 상환하겠다는 방안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의 변제 계획을 제시할 때까지 후판 거래를 재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철강업계는 STX조선에 대금 상환을 받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STX조선, 산업은행 등 채권단 측과 관련 협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들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원샷법을 통해 조선업의 구조 개편에 속도가 붙을 수록 철강업계는 그 후폭풍을 감내해야하는 상황이다. STX조선으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다면 여파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STX조선의 대금 상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게 되면 향후 다른 조선사를 상대로 어떻게 거래를 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선례를 본 다른 조선사들이 비슷한 입장이 되면 누가 정상적으로 상환하려 하겠나”라고 호소했다.
또 이 관계자는 “원샷법 시행으로 합병이나 청산 절차에 들어가는 조선사가 나온다면 ‘제2의 STX조선 사태’가 발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이러한 피해를 더 이상 받지 않고 최소화하기 위해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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