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항공사도 별거 없네…잦은 사고, 미숙한 대응 '빈축'
응급상황 메뉴얼 마련 및 고객 서비스 강화 필요성 제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항공사들이 올해 들어 잦은 여객기 안전사고 발생으로 승객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형항공사답지 않은 미숙한 사고 대응으로 승객들의 분통을 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대형병원에 가기 위해 제주발 청주행 대한항공 여객기에 탔던 강모 씨 가족의 생후 5개월 아기가 병원으로 후송된 직후 숨졌다.
강 씨는 항공권 발권 전 대한항공 직원에게 아기의 증세를 설명했으며 해당 직원이 진료를 했던 의사와 연락을 취해 “탑승이 가능하다”는 소견을 받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탑승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 직전 아기의 호흡이 가빠지는 증세가 나타나자 강 씨 부부는 탑승구 앞 직원에게 “청주공항에 구급차를 대기시켜달라”고 요청했다. 또 비행기가 이륙한 뒤 기내에서도 재차 구급차 대기 요청을 했지만 승무원은 발권카운터에서 이미 요청이 접수된 것으로 판단해 응급교신 등 조치를 시도하지 않았다. 청주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대기 중인 구급차는 없었고 강씨 부부는 마중 나온 가족의 차량으로 병원으로 이동해야했다. 하지만 아기는 결국 응급실에서 숨을 거뒀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직원 간 의사소통 과정에서 명백한 실수를 인정하고 유가족을 찾아가 사과했다. 아기의 죽음과 구급차 대기 여부의 인과관계는 명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의 미숙했던 대응과정은 국민들의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항공사 조차 응급상황과 관련해 제대로 된 매뉴얼을 갖추지 못했거나 숙지하지 못한 점은 실망스러운 부분”이라며 “대형항공사가 저가 항공사 대비 서비스 측면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고객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로만 안전을 강조할 게 아니라 승객들의 위급한 상황에 신속·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이와 관련 재발 방지대책을 내놨다. 대한항공 측은 “탑승구 직원은 발권 단계에서 조치가 이뤄졌을 것으로 착각했고, 기내 승무원은 지상 직원이 조치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향후 승객이 긴급하게 구급차를 요청할 경우 지상과 기내에서 무선 통신을 이용해 조치 결과를 확인하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미숙한 사고 대응으로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빈축을 사고 있다. 터키 상공에서 벼락을 맞은 항공기를 점검하느라 무려 24시간이나 운항을 지연시킨 것이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3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터키 이스탄불로 향하던 아시아나 여객기(OZ551편)는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 상공에서 벼락을 수차례 맞았다.
착륙 직후 비행기에 대한 정밀 점검이 실시됨에 따라 13일(현지시각) 오후 5시 30분 이스탄불에서 인천으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한 183명의 고객들의 출발이 지연됐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측은 14일 오후 2시쯤 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공지했지만, 점검 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해당 여객기는 결국 24시간이 지난 14일 오후 5시 30분에야 현지에서 이륙해 15일 오전 9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이스탄불에 본사 소속 정비사가 없어 터키항공에 외주를 맡겼다. 보다 정밀하게 점검하는 과정에서 점검 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해당 여객기는 결국 24시간이 지난 14일 오후 5시 30분에야 현지에서 이륙해 15일 오전 9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날 여객기를 탑승했다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은 “터키 현지에서는 아시아나 측에서 보상과 지원을 약속했지만 한국에 도착하니 바로 ‘나 몰라라’ 태도를 보였고, 죄송하다는 말 보다 해명이 우선이었다”며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지만 절대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아시아나 측의 태도와 대응에 화가 난다”고 언급했다.
이에 아시아나 측은 “무리하게 운항하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하게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최초 공지 보다 3시간 지연된 것”이라며 “현지에서는 실질적인 보상권한이 없으며 원칙적으로 승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없음에도 183명 전원에게 호텔 숙박을 지원했다”고 해명했다.
학계에서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항공편 지연은 항공사에 대한 면책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더라도 항공사가 해당 승객들의 편의를 최대한 제공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소비자 분쟁기준에 따르면 여객기가 12시간을 초과 지연하게 되면 요금의 30%를 보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며 항공사들은 내부 규정에 근거해 소정의 위로금 또는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기장을 지낸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항공편 지연으로 인해 승객들의 불편은 불가피하지만 이는 천재지변에 따른 보상 예외사항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항공사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숙박 등 최소한의 편의 제공이 이뤄진다 해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결론적으로 대형항공사의 위치라면 약관에 의존한 비용절감에 앞서 서비스 정책을 우선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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