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세무조사 해달라”…노사갈등 ‘재점화’
노조위원장 부기장 강등·조합원 승진 누락 등에 맞대응
대한항공 “근거 없는 의혹, 단호히 대처”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청원을 위해 목소리를 다시 높였다. 최근 사측이 이규남 조종사노조 위원장을 부기장으로 강등 통보하고 조종사노조에 속한 다수 조합원을 기장 승진 대상에서 누락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내린 것에 맞선 조치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150여명은 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대한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세무조사 촉구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6월 28일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연 이후 또다시 거리 시위에 나선 것으로 외부 기관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종사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처음에는 회사가 어렵다며 임금인상 불가를 주장하다가 각종 부당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의혹이 제기되자 이제는 ‘해사행위’를 말하며 조합원을 처벌하고 있다”며 “조종사노조의 쟁의가 8개월을 지나며 세무조사 청원으로 확대되기까지 대한항공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이와 관련 당국에 이미 제보 접수를 한 상태며 참여연대와 더불어 자료를 보완해 고소·고발을 검토 중이다.
집회에 앞서 조종사 노조 측은 “대부분의 대한항공 조합원 부기장들은 13년간 부기장 생활을 하다 기장으로 승격하는 게 순서”라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기장 승격을 받지 못해 회사에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오히려 부도덕한 경영에 눈감을 것을 요구하며 수긍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조종사들을 차례로 교관에서 면직하고 있다”며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이번 촉구대회를 열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조종사노조는 회사가 어려움에 빠져있는데도 5000여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올려 받기 위해 회사를 음해하는 이기적인 대외 투쟁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사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나 근거 없이 의혹을 남발하는 등 회사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종사노조는 지난 2월부터 임금 37%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평균임금이 1억4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5000만원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
반면 사측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이유로 1.9% 인상이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반노조의 경우 지난해 12월 1.9% 인상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한편 조종사노조의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청원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노사갈등뿐만 아니라 노노(勞勞)갈등 역시 재점화 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봉규 대한항공 일반노조 정책국장은 “조종사노조가 주장하는 세무조사 청원으로 인해 회사의 수익구조와 이미지에 타격이 갈 경우 그 피해는 오롯이 2만여명의 일반직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내부교섭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맞다. 조종사노조의 방법은 옳지 않다”고 언급했다.
앞서 조종사노조는 대한항공의 불공정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재산 빼돌리기 의혹 등을 조사해야 한다면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국세청 세무조사 청원 서명운동을 벌여왔다.
또 지난 6월에는 노조 설립 이래 처음으로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 앞에서 ‘임금정상화를 위한 윤리경영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조종사 임금 37% 인상 ▲안전유지비용 확대 ▲외국인 기장 불법파견 금지 등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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