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주자 없는 당권 경쟁…10%가 승부 가르나
역대 선거 '캐스팅 보트'…선거인단 수 적지만 파급력 있을 듯
'인지도·복심' 이정현 또는 '충청TK 연합·중립' 주호영 유리?
역대 선거 '캐스팅 보트'…선거인단 수 적지만 파급력 있을 듯
'인지도·복심' 이정현 또는 '충청TK 연합·중립' 주호영 유리?
전국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 민심이 이번 8·9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충청 선거인단은 전체 선거인단의 약 10%로, 적은 수치이지만 파급력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강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당 대표 선거와는 달리 충청 주자가 전무하다는 점에서다.
새누리당이 확정한 전당대회 광역시도별 선거인단 구성 현황에 따르면 선거인단 수는 총 34만 7506명이다. 이 중 영남권이 45%(15만 7459명)로 가장 많으며, 다음은 34%(12만 860명)의 수도권·강원이다. 충청 선거인단은 9.9%(3만 4656명)로 새누리당이 보수 정당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호남(2.7%·9501명)을 제외하고는 상대적으로 타 권역에 비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충청 표심이 이번 당 대표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분석한다. 이정현(호남)·이주영(PK)·주호영(TK)·한선교(수도권) 후보가 모두 충청이 아닌 타 권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정가에서는 이정현·주호영 후보가 충청 표심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분석한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해 선출하던 기존 전당대회와는 달리 이번 전대는 분리 선출하고, 이에 따른 후보 난립 양상이 벌어져 결국 ‘인지도 게임’이 될 거라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권역을 떠나 충청에서도 ‘인지도 강자’인 이 후보가 충청 표심의 상당수를 차지할 거라는 분석이다.
특히 역대 선거에서 충청 표심이 보수 정당에 더 기울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 후보가 유리할 거라는 예측이다. 실제 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선거인단 1014명을 대상으로 2~3일 진행하고 4일 발표한 여론조사 중 충청(92명 대상) 조사에서 이 후보가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이 후보는 36%로 집계됐고, 그 다음으로는 정병국(15.8%)·한선교(14.4%)·이주영(11.6%)·주호영(5.3%) 후보 순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4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충청은 선호하는 당 대표 후보가 뚜렷하게 없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지역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며 “충청에 박심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 후보가 인지도가 높다는 점에서 충청 표심이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주호영 후보가 충청 표심에서 유리하다고 보는 이유로는 ‘유일한 TK 주자’라는 점에서다. 박 대통령의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가 충청 출신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TK 주자에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친박계가 차기 대선 주자로 충청 출신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특히 청와대가 친박계 주자가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총선 민심 이반이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것을 고려해, ‘중립’ 성향이 강한 주 후보를 밀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권과 대권 모두 유리한 국면을 가져가기 위해 TK+중립 성향 비박계 주 후보를 당 대표로 밀고, ‘충청 대망론’을 자극해 정권 재창출을 이루려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보에 “박 대통령의 모친 육 여사와 친박계가 밀고 있는 차기 대권 주자 반 총장 모두 충청이 고향”이라며 “두 가지가 겹치기 때문에 TK 주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어 “주 후보를 두고 비박 주자라고 분석하지만, 사실 주 후보는 친박성 비박”이라며 “청와대 입장에서도 주 후보를 차기 당 대표로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두 후보를 제외한 이주영·한선교 후보도 인지도와 정책 측면에서 강자로 분류되고 있고, 충청 선거인단이 적다는 점에서 당권 승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말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역대 선거에서 충청은 한 쪽에 표를 몰아주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다. 보통 6대 4 정도로 나타났다”며 “3만여 명의 선거인단이 모두 투표한다는 보장이 없어 표 차가 별로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일뿐더러 미국 선거처럼 ‘스윙 스테이트’ 성격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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