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더민주 전대 이후 복귀 노린다지만...
친문계 주도권 잡은 더민주 전대 결과는 무의미, 정치적 입지 확보 의문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복귀 시기가 더민주 전당대회 이후로 늦춰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친문(친문재인)계의 위력이 절대적인 더민주 전대 이후에도 손 전 고문이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0일 손 전 고문의 측근은 언론 인터뷰에서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 시기에 대해 손 전 고문이 더민주 전당대회 이후를 보자고 했다"는 내용을 전했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즉, 더민주 전당대회에서 친문계가 당권을 잡는지 여부 등을 지켜본 뒤에 잔류 또는 탈당 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물론 손 전 고문의 복귀가 기정사실화 된 것은 맞지만, 개헌 논의의 진전 또는 기존 대선주자들의 급작스런 악재 등 현 정치구도에서 대규모 변혁이 생기지 않는 이상 납득 가능한 복귀 명분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더민주나 국민의당 전대 정도로는 사실상 손 전 고문의 복귀에 미칠 영향이 전무할 거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결국 더민주 전대가 어떻게 되든 소위 친노·친문계로 불리는 주류 세력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당의 기본적 구도가 바뀌지 않는 한, 손 전 고문에게 더민주 전대 결과는 중요치 않다"며 "이번 전대 결과에 따라 뭔가를 결정할 거란 시선은 지나친 해석이라 본다"고 말했다. 대신‘개헌’을 매개체로 한 정치세력들의 이합집산 생성만이 손 전 고문의 재기 가능성을 저울질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라고 내다봤다.
정치판을 흔들 만큼 파괴력을 지닌 개헌 논의가 본격 진행돼야만 이 과정에서 각종 이합집산이 규합하고, 그 때 비로소 손 전 고문의 정치적 '공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권력구조 개편의 측면에서 볼 때, 친문계를 제외하면 새누리와 국민의당도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 친문을 제외한 타 정치세력 간 연합전선이 구축되고, 거기서 이합집산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야권의 전대 결과와 손 전 대표의 복귀를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등 범야권의 유력 주자들이 급작스런 악재로 지지율 급락 현상을 겪는 사태가 발생할 때에야 비로소 야권 대통합 요구와 함께 '손학규 대망론'이 다시 힘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
이 평론가는 "국민의당에 리베이트 파문이 터질지 누가 알았겠느냐"라며 "악재라는 건 언제나 돌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대선 주자들로서는 발언 하나 잘못해서 갑자기 폭락하는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손 전 고문으로서는 그런 식의 혼란이 와야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야권이 분열돼 있기 때문에 혼란 속에서 야권을 통합해내는 리더십을 강조하는 식의 전략을 생각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더 나아가 이는 보수언론의 '손학규 띄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희룡 남경필 안희정 박원순 등 기존의 거물급 주자들을 대신할 젊은 잠룡들이 이미 활발히 움직이는 상황에서, 손 전 고문의 복귀는 사실상 국민적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 할 거란 분석이다. 게다가 투표율이 높은 대선에선 젊은층의 지지가 필수적이지만, 일반 국민들이나 2030 연령층에 손 전 고문이 미칠 수 있는 파괴력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도 회자된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세상이 변했다. 손 전 고문도, 보수언론도 그걸 인정해야한다"며 "옛날의 손학규가 아니다. 냉정히 말해서 지금으로써는 본인의 역할이 마땅치 않다는 거다. 더민주 전대에서 누가 선출되든 친문의 영향력이 작용한 사람인데, 손 전 고문이 돌아온다고 해서 판이 흔들릴 가능성은 전혀없다"고 말했다.
특히 손 전 고문이 복귀하기 위해선 콘텐츠로 발현되는 정치적 명분이 필요하지만, 이미 거대담론은 아무런 감동을 줄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김 소장은 "정치적 명분이 있거나, 아니면 본인만의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평등한 사회나 저녁이있는삶 등은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전 고문이 할 수 있는 것은 야권의 정권창출을 위해 본인이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정권교체가 이뤄졌을 때 본인이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파트너로서 도와주고 일조하는 모습으로 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손 전 고문은 지난 5월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지지자들과 만 "이번 총선의 결과를 깊이 새기고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제대로 안아서 ‘새 판’을 짜는 데 앞장서 나가겠다"며 "광주와 전남, 강진, 서울, 충청, 속초에서 온 이 분들이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서 새 판을 시작하고자 이 자리에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고 정계복귀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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