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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 없고, 초선 가득...국회 윤리위는 '허수아비'


입력 2016.07.07 09:38 수정 2016.07.07 11:12        조정한 기자

징계할 것 있어도 '쉬쉬'..."특위는 안 열리는 게 바람직"

징계안 임기 종료로 폐기 '무기한' 행진 계속될 수밖에

친인척 채용과 허위 사실 폭로 등 국회의원의 비윤리적인 모습에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난 19대에서도 '유명무실'이라는 지적을 받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누가 이거 만들고 싶었겠어요? 국민이 원하니까 각종 공약에 포함시켜 만들었어요. 그런데 허수아비 신세란 말이죠"

친인척 채용과 허위 사실 폭로 등 국회의원의 비윤리적인 모습에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난 19대에서도 '유명무실'이라는 지적을 받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백재현 위원장과 여야 간사는 6일 국회의원의 윤리 기준 관련 별도 위원회를 특위에 마련하기로 합의한 상태지만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윤리위는 지난 1991년 '윤리특별위원회구성등에관한규칙' 제정으로 설치됐다. 국회 스스로의 권위를 유지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회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54건의 징계안이 접수됐지만 16건은 철회, 37건은 자동 폐기됐다. 19대에선 39건의 징계안이 접수됐으나 6건은 철회, 33건은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윤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된 징계안은 지난 18대 당시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한 강용석 전 의원 건뿐이다.

문제는 윤리위를 바라보는 국회의원의 시선이다. 의원들은 같은 당 의원의 징계안을 다뤄야 하는 부담감에 해당 특위를 기피 대상 1순위로 꼽은지 오래다. 의원 스스로는 자당 의원을 징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징계안이 윤리위에 올라와도 논의가 쉽지 않고 다음 단계인 '징계심사소위'에 해당 안건이 넘어가지 않아 결국 폐기된다. 악순환은 반복된다.

"윤리위는 열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

20대 윤리위에서 활동하는 한 의원은 본보에 "다들 윤리위를 거부했다"며 "다른 의원들은 '윤리위가 아예 열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위에 올라갈 안건이 없는 국회가 좋은 국회다'라고 이야기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나 특위가 열릴만한 사안이 있는데도 겉으로 문제가 안 되면 최고라는 인식을 한다는 것이 문제다"며 "이런 인식은 오히려 관행적인 것을 묵인하고 은폐하도록 조장하는 것밖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표창원 윤리위 위원은 "우리나라 국회의원 윤리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그래서 문제가 한 번 불거지면 초토화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당리당략이 개입돼 우리 당 소속 의원 징계 안건이 올라오면 방어하려고 하는 그런 행태를 극복해야만 (특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윤리특위는 새누리당, 더민주 각 6명, 국민의당 2명, 무소속 의원 1명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이중 의정활동을 처음 시작한 비례·초선은 총 7명으로 교섭단체 3당(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 기준 각각 2명 이상이 배치된 셈이다. 사진은 20대 전반기 국회 1년 동안 국회 윤리특위 위원장을 맡은 백재현 더민주 의원.ⓒ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징계안 다루는데 비례·초선이 다수"

20대 국회 윤리위는 새누리당, 더민주 각 6명, 국민의당 2명, 무소속 의원 1명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이중 의정활동을 처음 시작한 비례·초선은 총 10명으로 교섭단체 3당(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 기준 최소 2명에서 최대 4명 이상 배치됐다.

각 당은 의원들의 희망사항, 동료 의원들의 추천 그리고 평판 조회를 통해 적합한 사람을 배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활동성과가 없고 모든 의원들이 기피하는 만큼 초선이 '짐'을 떠안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선인 한 윤리위 위원은 "동전의 양면 같다. 중진들은 경험이 축적돼 대처능력이 뛰어난 반면, 국회가 익숙하지 않은 초선은 윤리적인 잣대 측면에서 신선한 점이 있다"고 장점을 언급했지만, 한쪽에선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은 3선 이상 중진급이 와야 윤리위 활동 신뢰도가 올라가고 추진력이 있을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시한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

이 위원은 윤리위의 여러 문제 중 '징계안 처리 시한'을 명확히 규정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지적한다. 윤리위는 해당 의원의 징계 사항을 심사하기 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등에 관한 규칙'에 '1개월'로 명시돼 있는 반면, 이후 진행되는 윤리위 전체심사와 징계심사소위로 안건이 넘어가 본회의로 상정되는 각 과정의 시한이 정해지지 않아 사실상 '무기한'으로 징계안을 윤리위에 계류시킬 수 있다.

이 위원은 "극단적인 말로 언제까지 징계안을 계류시킬 수 있냐고 묻는다면 '국회가 끝날 때까지'라고 말할 수 있다"며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소위원회로 그리고 또 전체위원회로 징계안을 넘겨야 하는 각 과정에 대한 시한이 없으니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집단 이기심에 눈 감는 것이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한편 이날 윤리위 산하 징계심사소위원회, 자격심사소위원회를 구성, 의결한 윤리위 위원들은 여야 합의 아래 윤리 기준 관련 별도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백재현 위원장은 "국회의원과 관련, 윤리 기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어서 별도 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며 "위원회를 만드는 절차를 거치고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추후 더 논의를 해야 한다. 앞으로 (특위 임기인) 1년 동안 해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

조정한 기자 (impactist9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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