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노노 갈등에 명분 잃나
일반노조·조종사 새노조와 입장차 확연
세무조사 청원 관련 비조합원 일반 직원 여론 엇갈려
대한항공의 노사갈등이 노노(勞勞)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조종사 노동조합이 궁지에 몰린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달 28일 집회를 열고 사측에 대한 세무조사 청원 추진 및 37%의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이들은 집회를 통해 “사측은 임금협상에서 1.9%라는 수치만을 제시하고 단 0.01%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1150명으로 구성된 조종사노조의 총구는 사측을 향해있지만 정작 싸워야할 대상은 회사만이 아니다. 1만600명에 이르는 일반노조와 760명에 달하는 조종사 새노조가 이에 해당한다.
◆ 일반노조 “세무조사 청원, 방법론이 틀렸다”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안정적 고용환경에 있는 조종사노조의 행위가 다수의 일반 직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여지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지난달 21일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조종사노조가 세무조사와 불공정거래 등 의혹 조사를 청원하겠다며 발표한 성명서에는 구체적인 근거 없이 추측에 따른 무책임한 주장만이 남발돼 있다”고 밝혔다.
정봉규 일반노조 정책국장은 “세무조사 청원이 조종사 노조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이로 인해 회사의 수익구조와 이미지에 타격이 갈 경우 그 피해는 오롯이 2만여명의 일반직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내부교섭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맞다. 조종사 노조의 방법론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일반노조에 따르면 조종사노조는 비현실적인 대안으로 교섭을 일관하고 있다.
정봉규 정책국장은 “조종사노조가 가급적이면 극단적인 방법은 피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가지고 교섭에 임했으면 한다”며 “과거 흘러나왔던 일반노조와 ‘임금인상분 나누기’도 현실성 없는 대안이었으며 노노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었다”고 언급했다.
◆ 조종사 노조 “일반 노조 입장, 앞뒤 맞지 않아”
조종사노조는 외부에서 비춰지는 만큼 노노 갈등이 심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다만 일반 노조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규남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회사 내 일반 직원 중에서도 세무조사를 청원해야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28일 열린 집회에서 이규남 위원장은 이종호 일반노조 위원장과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규남 위원장은 “일반 노조는 일반 직원들의 여론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며 “그래서 조종사를 배제하고 일반직만을 대상으로 세무조사 청원 관련 투표를 진행해 결과에 따르자고 제안까지 했지만 일반 노조 위원장은 조종사 새노조까지 3자 합의를 요구하면서 이를 거절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회사의 위기를 불러올 정도로 사측에 책임 소재가 있었다면 이를 감춰서는 안 된다”며 “감추면 감출수록 대한항공의 미래는 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경영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항공사의 영업환경이 좋은 편이다. 실제 해외 신생항공사의 조종사들은 우리의 2~3배 임금을 받고 있는데도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임금 인상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은 회사가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창의 조종사 새노조 위원장은 노노갈등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홍창의 위원장은 “새노조는 공식적으로 쟁의 행위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다만 집회나 세무조사 청원과 같은 것들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신중하게 회사로부터 타협을 이끌어내자는 결론이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 인상율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드러낼 수 없다”며 “새노조가 일선에 나서는 것은 노노갈등이 유발되고 원만한 교섭에 방해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조종사노조의 이기적인 행위에 엄정 대처할 것”이라며 “노사간 대화를 통한 원만한 교섭 타결에 이른다는 입장은 변함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대한항공 일반 직원 가운데 비조합원의 여론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비조합원인 한 직원은 “일부 직원 중에는 조종사노조가 처한 상황을 심적으로 응원하는 이들도 있다”며 “실제 세무조사 청원 관련 투표에 들어간다면 찬성으로 가결될 가능성도 꽤나 높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다만 조종사 노조가 파업하게 되면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비행기 편이 줄어드는 등 현장의 피해가 클 수 있어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진 직원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