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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비조선 사업 정리 좋을 게 없는 이유


입력 2016.05.20 11:18 수정 2016.05.20 16:26        박영국 기자

조선·해양 매출비중 50% 미만…비조선 부문이 적자 완충

현대중공업이 4월 11일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국제건설기계전시회 ‘바우마(Bauma 2016)’에서 다양한 굴삭기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현대중공업

“정유, 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등 비조선 분야의 확실한 실적개선으로 10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달 26일 현대중공업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흑자전환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 뒤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19일 현대중공업의 비조선 사업 계열분리 후 매각설이 불거졌다.

회사측은 이날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경영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 중의 일환으로, 일부 사업에 대한 분사 및 일부 지분 매각 등을 검토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변했으나, 내부적으로 씁쓸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아무리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구조조정 분위기가 고조됐다고 해도 회사를 지탱하는 한 축을 팔아넘긴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한 직원은 “그동안 조선 시황 악화로 실적이 안 좋을 때 완충 작용을 해줬던 게 비조선 부문이었다”면서 “사업부문별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계열분리를 할 수는 있어도 매각을 한다는 건 회사 차원에서 득이 될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에 있어 비조선 사업은 다른 조선업체들과 차별화되는 강점으로 여겨졌다.

시황 사이클에 따라 실적 희비가 뚜렷한 조선업 특성상, 불황기에는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고 원가절감을 잘 해도 큰 이익을 낼 수 없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과거 조선·해양과 시황 사이클이 다른 정유와 건설장비 등 비조선 부문을 통해 전체 실적의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춰왔다.

비록 최근의 조선 불황 시기에는 건설업종도 같이 불황에 빠져 건설장비 사업이 큰 힘이 되진 못했지만, 정유 부문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가 회사의 전체 적자폭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실제, 현대중공업 전체 매출에서 조선·해양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채 50%를 넘지 않는다.

지난해의 경우 조선 매출이 33.1%, 해양플랜트 16.6%, 엔진기계 4.6%, 건설장비 5.2%, 전기전자 5.5%, 정유 31.4% 등으로 조선·해양 비중이 49.7%에 불과했다. 2014년의 경우 조선(28.7%)과 해양(11.9) 비중이 40%를 가까스로 넘겼다.

공적 자금이 필요한 상황도 아닌데, 당장 현금 마련을 위해 비주력 사업을 매각한다면 현대중공업의 차별화된 강점을 스스로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규모가 클수록 한 가지 업종에만 매달렸다가는 불황기를 버텨내기 힘들다”면서 “오랜 기간 육성해 온 비조선 부문을 매각했다가는 후일 새로운 수익 기반이 필요할 때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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