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도 세력도 없는 비박들의 앞날은 지리멸렬?
새혁모 해체 수순·혁신비대위 주장 뒷심 부족 비판
친박계에 수적 열세 및 구심점 비존재 원인 분석
총선 참패 이후 쇄신을 부르짖었던 새누리당 비박계가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구성된 새누리당 혁신모임(이하 새혁모)은 출범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사실상 와해 분위기다. 비박계 ‘대변인’ 역할을 도맡았던 일부 의원들은 관망 모드다. ‘친박 2선 후퇴론’을 주장하며 주류에 대항기를 들었지만, 단결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뒷심 발휘에 실패, 오히려 역습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비박계의 주 무대가 될 것으로 주목됐던 새혁모는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새혁모는 지난달 18일 비박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황영철·김세연·김영우·오신환·박인숙·이학재·하태경 의원과 주광덕 당선인 등은 당초 ‘원유철 비대위 출범 저지’와 당 쇄신을 주장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주도했던 ‘미래 연대’의 후발 주자로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 과정을 겪으면서 혁신모임의 정치적 방향성을 두고 내부 골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은 모임에서 이탈했고, 지역구 활동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의원들이 모임에 대거 불참하면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간사를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모임의) 외형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으며 새로운 공동목표도 설정돼야 한다. 당에 필요한 목소리를 낼 분을 찾아뵙는 등 (20대 국회) 개원 전까지 비공식 활동에 돌입하는 한편, 개원 후에는 조직 키우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총선 참패 원인 진단과 당 쇄신을 위해 ‘혁신형 비대위’를 주장해 온 비박계의 전체 분위기도 대항력을 잃고 헤매고 있다. 계파 색이 없는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 등의 정치 개혁안과 집단지도체제 개선 등을 다루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수도권의 한 의원은 9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혁신의 제일 중요한 과제는 당이 하나가 되는 계파 청산”이라며 “전당대회를 놓고 의원들이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당이 다시 살아날 길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해 전당대회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 현재 지도체제가 맞는 것인지 쇄신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친박계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정진석 원내대표의 당선 이후 비박계의 동력 상실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정 원내대표 선출은 ‘혁신’ 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다. 특히 총선 참패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친박계가 자신들의 의중을 실은 정 원내대표를 통해 당내 구도를 마련할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분석이다. 친박계는 전당대회까지 당을 관리하는 데 그치는 ‘관리형 비대위’를 주장하고 있으며, 조기 전당대회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결국 수적으로 열세인 비박계의 기세가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박계와 달리 비박계에 구심점이 없는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의 사퇴 이후 정병국 의원 등 전당대회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은 구심점이 분명하지 않다. 당초 유승민 의원이 복당해 비박계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복당에 유보적인 원내사령탑이 선출되면서 그 시기는 불투명해졌다. 김용태·김성태 의원 등 비박계의 대표적인 ‘입’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원내대표 경선이 전선 없이 치러지다보니 비박계가 각을 세울 수 있는 대상을 찾지 못했다. 목소리를 낼 만한 사람들도 대거 낙선했고, 당선인의 많은 비율이 친박계로 채워져 있어 전당대회나 비대위 체제 확립을 위한 과정에서 동력을 많이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박계가 결집할 수 있는 계기와 구심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정치평론가는 “혁신모임은 제 2의 남원정이 되기도 전에 해체 수순을 밟고 있고,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비박계가 동력을 상실한 것은 분명하다. 친박계가 빠르게 다시 전면에 나서게 된 것도 비박계에 대항할 카드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 내에 친박-비박이라는 계파에 대한 염증이 있기 때문에 혁신모임 등 계파 모임으로 보이는 데에 참석 하고 싶지 않아 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비박계가 동력을 잃었다고 한다면 동의한다”며 비박계 ‘동력 상실’ 지적에 대해 사실상 반박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총회에서 비대위와 전당대회 관련해서 무제한 토론을 벌였지만 비대위 성격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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