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체제 2년...'실용주의' 뉴 삼성 기틀 마련
실용주의 노선으로 사업재편과 조직혁신 두마리 토끼 잡아
성과주의 강조 속 바이오 등 신사업 육성 향후 과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난 2년간 실용주의 경영 행보가 삼성을 변모시키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다소 갑작스럽게 경영 전면에 등장했지만 실용주의 노선을 바탕으로 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삼성의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된 사업을 과감히 매각하고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전자·금융·바이오를 향후 그룹의 3대 사업 축으로 삼아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이어 바이오를 재도약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이재용의 2년...‘과감한 실용주의 행보’=이 부회장의 지난 2년 행보를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과감한 실용주의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경영전면에 나서자 마자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사업 재편에 나섰다.
그 해 6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에버랜드의 상장계획을 발표한 뒤 지난해 삼성물산과 합병해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만들었다. 이어 11월에는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 산·석유화학 계열사 4곳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삼성SDI 케미칼사업 부문을 롯데에 매각하면서 전자와 금융을 두 축으로 하는 사업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바이오사업을 제 2의 반도체, 제2의 스마트폰으로 육성해 미래 그룹의 3대 사업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착착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통합 삼성물산이 탄생하면서 바이오 육성이 한층 힘을 받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은 바이오 대표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51.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분야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2월 15만리터 규모의 2공장이 상업생산에 들어가면서 지난 2013년 7월 생산을 시작한 1공장(3만리터)과 합쳐 총 18만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상태다.
이어 지난해 11월 착공한 18만리터 규모의 제 3공장이 오는 2018년 완공되면 총 36만리터의 생산능력을 갖춰 30~40년의 역사를 가진 글로벌 제약사들을 제치고 CMO 분야 1위 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연내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투자금 확보 등 향후 경영 행보가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로 바이오의약 연구개발(R&D)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개발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최근 양사가 바이오시밀러 생산계약을 체결하면서 R&D에 이은 위탁생산 체제가 구축돼 바이오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전자와 금융 분야에서도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사업 찾기에도 골몰하고 있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 등 전자계열사들은 전장부품 사업 육성과 함께 상호 시너지 효과 창출에 고민하고 있다. 또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금융과 IT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 올릴 수 있는 핀테크 등 신사업에서도 적극적으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조직문화 혁신 통해 변화 꾀해...성과주의도 강조=이 부회장의 지난 2년간의 성과는 외형적인 변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수합병(M&A)과 매각 등 사업재편을 통해 변화를 꾀하더라고 그에 맞는 조직 환경이 구축돼 있지 않다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보다 창의적인 업무 환경과 조직 문화 도입이 변화의 첫 걸음이라는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란 삼성은 지난 3월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통해 향후 대대적인 조직 문화 변모를 선언한 상태다. 이미 기존 5단계의 직급체계를 4단계로 단순화하고 직무·역할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하는 한편 호칭도 수평적으로 개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의전 등 형식적인 것들을 최소하고 본질에 충실하자는 인식을 조직 내에 전파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 해외 출장시 별도 수행원 없이 나홀로 떠나는가 하면, 전용기를 팔고 민항기를 이용하는 등 형식타파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 리더십의 또 다른 면은 성과주의 기조 강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형식적인 것을 타파하는 대신 본질에 충실한다는 그의 지향점은 성과에 따른 신상필벌로 이어진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인사 기조를 강화하면서 지난해 삼성의 임원 승진자(총 294명)는 7년만의 최소 규모였으며 총 임원 수도 1083명으로 전년도(1212명) 대비 129명이나 줄었다. 지난달 29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박동건 사장에서 권오현 부회장으로 갑작스레 교체한 것도 이러한 성과주의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년 전 이재용 부회장이 갑작스레 경영 전면에 부상했음에도 그동안 보여준 변화와 혁신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면서 “바이오를 제 2의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육성, 그룹의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향후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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