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알라딘의 중고책방, 반갑지 않은 이유
<김헌식의 문화 꼬기>소규모 헌책방을 지원해야
최근 중고 서점이 새로운 전기를 맞으면서 활기를 띠고 있는 모양새이다. 그 단적인 사례가 바로 예스24가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알라딘이 오프라인 매장을 연지는 꽤 되었지만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인 예스24가 중고서점 매장을 열었다는 것은 상징적으로나 실제적으로 파급이 있어 보이기 때문에 화제가 많이 되었다. 물론 이렇게 대형 온라인 서점이 중고 서점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그만큼 중고 책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고서점이 잘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를 도서정가제의 여파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부담을 느낀 도서 구매자들이 중고 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대형 온라인 서점들이 이 중고서점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예전의 헌책방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용자들이 유입하는 것이겠다. 중고 서점은 동네 단순 서점이 아니라 업체 매장이 되었다.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이런 점은 접근성이 기존 중고서점과는 다른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런 곳에서 유통되는 책들은 신간과 별 다를 바 없이 상태가 좋다. 업체들은 당연히 이런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선별하고 유통시킨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항상 신상품과 재고를 항시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점 또한 기존의 헌책방이 갖고 있는 비체계성을 뛰어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치명적인 문제점들이 있다. 일단 출판사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연히 중고서적이 많이 거래될수록 출판사는 신간을 만들어 판매할 여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책이란 그 내용, 즉 텍스트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상품과 달리 쉽게 소진되지도 않는다, 그것이 지적 상품의 특징이자 생산자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심지어 중고서점에서 포인트를 받아서 그것으로 중고서적을 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새로운 책의 구매와 선순환을 이루지 못하는, 그야말로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한다.
또한 창작 의욕을 꺾는다. 이런 상황이 심화된다면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해질 것이다. 중고책이 거래되고, 많은 거래 대금이 오가지만 정작 그 책을 쓰고 출간한 저자나 출판사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는다. 예컨대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에는 논문다운로드가 많을수록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저자에게 주어진다. 당연히 지적 자산에 대한 사용료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고서점의 책들은 이러한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동기부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은 중소 출판사나 이 출판사들을 매개로 저작 활동을 하는 저자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라고 할 수가 있다. 전자책의 경우에는 이러한 점에서 창작자들에게 더 동기부여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적어도 종이책은 전혀 이 문제를 논외로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 지배자가 중고책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은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뛰어드는 것과 같다. 헌책방은 동네에서 운영하던 방식이기 때문에 의미와 가치가 있었다. 시장질서 차원에서 소규모로 운영되고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 가치를 주었다. 기존 책 유통질서에 크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기존의 헌책방이 요즘과 같이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은 암암리에 묵인을 해왔던 중고서적의 거래를 이제 좌시할 수 없는 형태로 만든다.
중고서적은 비체계적이고 시스템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즉 기존의 책 유통질서를 크게 위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암암리 묵인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거대한 유통시스템으로 정착할수록 견제 혹은 통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출판 산업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매장 서점 모두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헌책방과 같은 중고서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대기업이 뛰어들어 산업화할 수 있는 영역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오히려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헌책방들에 대한 지원사업이 필요할 뿐이다. 이는 골목상권이나 서민일자리 보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문화콘텐츠 차원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생각할 여지가 있다. 특히 시민단체나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은 헌책방의 공공성을 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각 헌책방마다 특색을 부여하고 그것이 갖는 콘텐츠 차원의 가치를 다양하게 파생시켜야 한다.
원래 중고서점의 가치를 확장시킬 필요도 있다. 본래 헌책방의 가치는 책의 재발견과 지식의 새로운 접촉의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본래의 가치가 아니라 하나의 경제적 수익을 위해 대구모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전락했다. 그렇게 될 때 출판 사업 스스로 갉아먹고 붕괴 될 수밖에 없는 뇌관을 건드린 셈이다. 선악과인 것이다. 그것이 활성화 될수록 스스로도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된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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