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수 조원 쏟은 국책은행도 '휘청'?
'위기의' 조선업계, 수 조 쏟아부은 국책은행도 부실여신 '급증'...한 배 타나
정부, 26일 조선-해운업 대책 발표...일각선 국책은행 '구조조정 책임론' 솔솔
조선업계 ‘빅3’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부실 여신금융 행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수 조원씩 투입된 두 국책은행의 여신자금은 향후 국내 조선-해운산업의 향방에 따라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까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위기의' 조선업계, 수 조 쏟아부은 국책은행...'한 배' 타나
지난해 상반기 대우조선해양의 은행권 금융채무액은 총 14조6000억원. 이 가운데 수출입은행 여신자금은 8조3000억원, 산업은행 자금은 2조4000억원이 각각 투입됐다. 전체 채무액 가운데 국책은행 비중이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국책은행들이 과거 조선과 해운산업에 막대한 여신을 쏟아 부으면서 부실여신 비중 역시 급증했다. 지난 1년 간 산업은행의 총여신 규모가 전년 대비 4.4% 증가한 데 반해 3개월 이상 부실 연체대출 비중을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68%로 3.19%p 상승하며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의 고정이하여신은 7조3270억원이다. 수출입은행 부실여신 역시 4조37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38%와 88%씩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형 시중은행들은 적극적인 투자 대신 한발 뒤로 물러나 대출자산 건전성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조선 해운 업종 부실에 대비해 3500억원을 적립하는 등 국내 4개 시중은행이 총 7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아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선 해운업종 부실기업 위험노출액은 이달 말을 기준으로 21조원 상당. 앞으로 한진해운 자율협약 개시 등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그 증가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체의 경영상황이 악화돼 여신분류가 하향될 경우 충당금이 급증할 수 밖에 없으니 두 국책은행은 가급적이면 해당 조선사를 죽이기보다는 살리는 쪽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책은행 '구조조정 책임론' 솔솔
정부 당국은 26일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열고 조선-해운업종 구제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추가예산 편성이나 금융안정기금 활용방안 등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 책임론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지난 수년 동안 산은, 수은 등과 같은 국책은행들이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자산매각이나 인력 구조조정에 있어서 소극적이었다고 분석했다.
해당 기관은 또 도덕적 해이나 독립성 약화 등으로 국책은행의 대기업 구조조정 역량이 약화되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KDI 남창우 연구위원은 “국책은행들이 기업 회생에 대한 낙관적 기대에 의존하거나 도덕적 해이에 부실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지체시키면서 업계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 역할에 대한 전면 재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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