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왜 맨날 떠나면 행복하다고 여길까
매년 80여권에 이르는 제주관련 책이 출간된다고 한다. 제주 여행에 관한 관심이 그만큼 많은 것이기도 하다. 제주 제주가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레길을 다녀가거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기도 하고, 한 달짜리 임대주택에 일시 거주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제주에서는 렌트카 때문에 교통사고가 많다고 한다. 제주를 찾은 방문자들이 사고를 많이 내기 때문에 제주 주민들이 많이 다치고 생명을 잃기도 한다는 것이다. 해방감 내지 자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러한 행동이 피해를 주기도 하고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자신의 거주 공간에서 벗어나 제3의 공간으로 이동하려 한다. 어느새 젊은 세대들은 해외여행에 대해서 이런 해방감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일상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말에 익숙한 것이다. 해외여행 공간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직장 여성들도 대폭 증가했다.
물론 이렇게 공간 소비를 해온 세대는 없기에 다른 누군가와는 다른 자신만의 취향의 만족감을 채워주는 면이 있어서 차별화의 트렌드가 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트렌드가 되었다는 것은 어느새 특정 몇몇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인 문화로 군집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즉 차별성도 독특함도 아닌 진부한 것이 되었다.
반드시 해외가 아니어도 그렇다. 우리는 불금을 보내기 위해서 특정 공간을 찾아가는데 익숙하다. 예컨대 홍대나 서촌, 강남역과 같은 특정 공간을 찾아가는 것이 일상이고 그것을 못하면 애달파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정 공간에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느낄수록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공간에 가면 그 자체로서 무엇인가 자신이 살아있거나 특별한 향유를 통해 존재감을 갖게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주말이면, 특정한 공간을 가야 시간을 잘 보내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주말마다 고속도로를 복잡하기만 하다. 특히 날씨가 좀 좋기라도 하거나 연휴가 겹치기라도 하면 고속도로를 몸살 그 자체라고 할 수가 있다.
특정한 공간을 찾아다니는 행태가 이렇게 여러 가지 문화 현상들을 만들어내는 것도 현실이다.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맛집, 명소, 거리 등을 찾아다니는 것, 그것을 단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SNS이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어떤 특정한 공간에 방문했음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감탄과 부러움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 수순이다. 이러한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부지런히 공간을 방문하기도 한다. 아니면 이런 공간을 강조하기 위한 이미지 조작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역시 특정한 공간으로 향하는 탈출이 뭔가 자신의 삶을 더 낫게 할 것이라는 심리가 배어 있는 것이다. 되도록 일상의 공간이 아닌 다른 공간에 자신들이 있음을 드러내야 한다.
왜 한국인들이 다른 공간속에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일까.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이 크게 히트를 한 것은 거꾸로 자신의 주장이나 행동을 개진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주장이나 행동을 하면, 미움을 받을까봐 눈치를 보는 한국 사람들의 행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심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책이 아무리 많이 읽혀도 결국 사람들의 기본적인 행동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특정 공간을 가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심리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딘가를 가야 행복하다는 것은 결국 이곳이 불행감을 주기 때문이다. 불행감을 주는 공간을 벗어나서 다른 공간으로 가면 행복감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공간에서 단지 다른 공간으로 간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행복감이 일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령 있다고 해도 그것은 오로지 어떤 공간의 상품을 이용할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불행감을 주는 이유는 대부분 사람관계가 잘 풀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장이나 소망을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그것을 잘 조화롭게 이끌어 내지 못한 측면이 크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불행감을 갖는 것인 모두 인간관계 때문이라고 했으며 아들러 역시 인간관계를 잘 풀지 못하면 불행감에 빠진다고 했다. 특정 공간에서 잠시 해방감을 맛본다고 해도 그 불행감을 주는 그 공간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의 운명이다. 그 관계에서 오는 불행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습과 경험 그리고 솔루션의 탐색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불행감을 잊기 위해 다른 공간으로 탈출하지만 불행감을 주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능동적인 의지와 해법 획득은 약하다. 그것이 특정 공간에 대한 선망이자, 부각의 문화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이다. 단지 특정 공간으로 해방감을 찾아 떠나는 것은 일시적인 즐거움을 줄지는 모르지만 반복될수록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풀어내야 고민과 장애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훈련과 경험을 쌓아야 하나는 명제보다는 당장에 공간 탈출의 상품에 민감하게 휘둘리기 쉽다. 그것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가 있는 즉, 트렌드에 뒤처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규정하고 다른 이들을 그렇게 가둔다.
물론 애써 어딘가를 찾아 떠나가지 않아도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이들이 다른 특정 공간을 가도 그 행복감을 잘 느끼는 법이다. 작은 것에서 충분히 스스로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화려하거나 강력한 쾌감을 주지 않아도 모든 것들이 모두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이곳의 풀꽃을 느끼는 자만이 다른 곳의 풀꽃의 미학을 더 잘 느끼는 법이다.
물론 사물과 자신과의 미학적 음미가 최종 가치는 아니다. 작은 것이라도 사람 사이에서 얻는 관계 증진이나 갈등 해결이야말로 엄청난 쾌락을 준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노력이 들기 때문에 많은 경우 우리는 포기에 이르고 어떤 곳을 찾아 떠난다. 그것이 마치 앞서가는 자의 진보적인 삶인 것처럼. 하지만 그곳에서도 우린 언제나 혼자다. 혼자 있어야 창조적인 결과물이나 능력이 향상된다지만 결국 그것은 사람 사이의 교류와 소통 속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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