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컷오프'는 김종인 작품이 아니다
2012년 9월 친노계 최인호 "총리님이 용퇴를..."
친노계 의원 "이해찬 용퇴론, 그때부터 나온 거 맞다"
'이해찬 컷오프' 조치에 '김종인 사퇴'로 불화살을 쏘던 더불어민주당 친노계의 손이 민망해졌다. 이해찬 의원을 탈당까지 이르게 한 용퇴론은 이미 2012년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당내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당시엔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더민주 입성은커녕 여당 원로로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경제 멘토'로 활동하고 있던 시기다. 이 의원의 용퇴론에 친노계가 '김종인 책임론'만 내세우며 모르쇠로 일관하기엔 지나치게 오래된 데자뷰란 것이다.
당 일각에선 사실상 이 의원의 용퇴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말이 공공연히 제기됐다. 일여다야 구도에 따른 야권연대 여부가 선거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상황에서, 만약의 경우에 패배 책임론을 국민의당에 돌리기 위해서라도 상징적인 '친노 청산'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더민주를 탈당했던 국민의당 인사들은 앞서 여러차례 이 의원의 공천 배제를 '친노 패권주의 청산'의 전제로 제시한 바 있다.
실제 이 의원은 당내에서 '중진 용퇴론'이나 '험지 출마론'이 제기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돼왔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접점을 찾지 못하자, 안 후보 측이 나서 '기득권 내려놓기'를 요구하며 사실상 이해찬 당시 대표 등 지도부 사퇴를 이끌어냈다. 이에 단일화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고, 문 후보 측도 "정권교체의 길을 터주신 지도부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 의원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이 의원이 19대 총선을 보름 앞두고 세종시에 출마한 것 역시 당 차원에서 제기된 '험지 출마론'에 따른 결정이었다. 이같은 용퇴론은 문재인 전 대표 체제에서도 또다시 불거졌다. 친노계 인사인 최인호 혁신위원은 지난해 9월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님의 '한 석'보다 '우리당의 '열 석'을 위한 결단을 내려주는 게 제일 큰 어른의 역할"이라며 총선 불출마를 촉구한 바 있다.
특히 최 혁신위원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부대변인을 지내고 부산 사하갑지역위원장을 맡아온 만큼, 비주류 측에서 꾸준히 거론돼온 '친노 중진 용퇴론'과는 파급력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최 혁신위원의 주장이 단순히 개인적 요구 수준에 머무를 수 없는 이유다. 당시 당내에선 비주류 물갈이를 위한 수단으로 이 의원의 문제를 끌고 나왔다는, 이른바 '이해찬 논개론'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당내 대표적인 친문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주류계에서도 이미 이해찬 용퇴론이 나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며 다소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그 문제는 여러번 질문을 받았는데 말하기 적절치 않고, 필요하다면 SNS에 올리든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친노계 중진 의원도 이같은 질문에 대해 "지도부가 정치적으로 판단을 하고 숙고해서 결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당장 마땅한 대안도 없이 그렇게 결정한 것은 분명히 문제라고 본다"면서도 '김종인 대표가 오기 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잠시 침묵을 지킨 뒤 "그건 맞다"고 인정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당의 부당한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당히 이기겠다"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를 향해선 "김종인 비대위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려하는데,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에 당내에서도 김 대표를 향한 불화살이 쏟아졌다. 김용익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선거관리 잘 하라고 영입했지, 당 뒤집어 놓으라고 모신 거 아니다. 할 일과 안할 일 구분좀 해달라"며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와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고 나섰고, 김광진 의원도 "그나마 억지로 참고 있던 당원들의 손마저 털게 만드는 조치다. 정말 나같은 범인이 알지 못하는 반전의 전략이 숨어있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이학영 의원도 나섰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건 비극이다. 이유가 뭔가. 당원과 지지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이유를 알려줘야 하지 않느냐"며 "상식과 원칙이 있는 정치를 위해 지도부가 재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현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정청래 의원은 재심위에서 다뤄 비대위에 올리는 절차라도 있었는데, 이해찬 공천 여부는 비대위가 대법원"이라며 "이 의원이 물러나야 새정치, 친노패권 청산이냐"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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