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도 욕, 안불러도 욕...욕먹기 자처한 신동주
기자의눈]특정 매체만 불러 간담회 진행...언론 이해도 '일본적'
지난 19일 SDJ코퍼레이션은 데일리안을 포함한 일부 매체 기자들만 불러 간담회를 진행했다. 일본에서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정혜원 SDJ 홍보상무가 현지 언론사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했고 국내에서는 민유성 SDJ 고문(나무코프 회장)과 김수창 법무법인 양현 변호사,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가 나서서 기자들을 만났다.
간담회 전날 SDJ의 홍보대행을 맡는 웨버샌드윅에서는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로 '민유성 고문께서 기자분들을 모시고 신년오찬회를 갖고자 한다'며 간담회 개최를 알려왔다. 어떤 내용의 간담회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수개월째 '롯데 경영권 분쟁'을 취재해왔던 매체에서 항의를 했다. 이들은 민 고문과 점심을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롯데 경영권 분쟁의 취재를 '제한 당한' 것에 대해 화가 난 것이다. 하지만 간담회 당일까지 SDJ측이 추가한 매체는 소수에 불과했다.
19일 간담회 당일에는 기존 초청된 매체 뿐 아니라 초청받지 않은 매체들도 취재를 하겠다며 들이닥치기도 했다.
민 고문은 이렇게 소수 매체만 부른 배경에 대해 "일본과 한국의 미디어 환경이 다르다는 건 알지만 일본과 동시에 발표를 하는 것이며, 일본의 발표 형식을 한국이 따라하는 것이다 보니 스몰그룹 미팅 형식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간담회에 초청 받은 매체는 신동주 회장의 롯데홀딩스 지배구조 개선 및 사재 출연 내용 뿐 아니라 롯데경영권 분쟁에 대한 SDJ 측의 입장을 상세히 들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매체는 보도자료만 접할 수밖에 없었다.
초청 받은 매체들의 불만 역시 컸다. 당초 이날 발표 내용 엠바고는 오후 1시였지만 일본과의 조율 과정에서 오후 4시로 변경되면서 오전 11시에 갔던 기자들은 오후 1시에서야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간담회가 오후 2시30분께 끝나면서 4시간 가까이 현장에 붙들려 있어야 했다.
또 간담회 중에는 '왜 SDJ측은 항상 금요일에 큰 기사를 터트리느냐' 기자들의 불만도 나왔다.
이에 민 고문은 "일본은 토요일이 가장 신문 열독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결국 한국보다 일본을 고려한 언론플레이였던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미디어 환경은 매우 특이하고 또 그로 인한 장점과 단점 역시 존재한다. 한국기자협회에는 172개 회원사(2012년 기준)와 1만여 명의 기자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SDJ측은 이 수많은 매체들을 모두 부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롯데라는 거대 기업과 싸워야하는 SDJ측이 '롯데 경영권 분쟁'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취재해온 수많은 매체들을 배제하고 소수의 특정 매체만 불러 간담회를 진행한 것 역시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모든 매체들을 다 부를 수 없지만 취재를 하고 싶은 기자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를 줘야하지 않는가. 롯데가 하는 만큼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소식을 접한 기업체 홍보 관계자들은 "SDJ 내부에 홍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느냐",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한국의 미디어 환경은 분명 독특하고 그로 인한 단점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한국의 미디어 환경을 무시하고 극히 일부 매체만 초청하는 것 역시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SDJ는 과거에도 수차례 특정 언론사에 기사 제공 및 인터뷰 등을 진행하며 비난을 자처한 바 있다.
미디어 홍보를 위해 자신이 알리고 싶은 유력 매체만 초청하고 싶은 유혹은 누구나 들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사안은 마치 소수의 매거진들만 불러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는 자리가 아니지 않는가. '롯데'라는 대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일수 밖에 없다. 때문에 SDJ의 대 언론관이 바뀌지 않는 한 언론 역시 SDJ입장을 제대로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 SDJ 측은 분쟁을 야기하고 확산시키려고 노력하기에 앞서 한국적인 언론 환경을 먼저 이해하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