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안철수 멘토' 김종인, 문재인 품 안긴 이유가...
박 대통령과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이후 인연
비대위서 공천 갈등…경제민주화 후퇴 쓴소리하기도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품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품으로 떠났다. 14일 더민주 조기선대위원장으로 전격 영입되면서다. 김 위원장은 이날부터 90일 남은 총선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한때 ‘박근혜 사람’이었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사이가 됐지만, 둘 사이는 돈독했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집대성해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이라고 불렸고, ‘박근혜의 경제 멘토’로도 칭했다.
김 위원장과 박 대통령 인연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였을 때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고 먼저 만나자는 제안을 했다. 두 사람은 첫 만남 자리를 통해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 위원장은 2011년 12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4·11 총선을 진두지휘하던 박 대통령의 제안으로 비대위원직을 수락했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박 대통령의 말에 믿음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경제분야는 물론 정치·사회·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통찰력 있는 진단과 올바른 해결방안을 제시해 온 분”이라며 “정파와 이념을 떠나 신망을 받고 있다”고 말하며 화기애애한 무드였다.
김 위원장은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위주가 된 공천위에 이명박 정부와의 인적 절연을 요구해오며 ‘인적 쇄신’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공천위가 ‘MB 노믹스’를 상징하는 이만우 고려대 교수를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하자, 갈등은 정점에 달해 결국 비대위원을 사퇴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박 대통령과는 절연하지 않았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대선에서는 박 위원장이 정권을 창출해야 하며, 이를 위해 박 위원장을 돕겠다”는 말을 전한 바 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약속대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캠프에 합류했다. 공약 개발을 총괄하며 캠프를 이끌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향해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현 정권의 개국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 위원장은 대선 1주년을 앞둔 2013년 12월 새누리당을 떠났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파기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2014년에는 더민주 워크숍의 강사로 나서면서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행보를 지적했다. 그는 “1987년 민주화를 이룬 이후 25년 동안 사회경제적으로 전혀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며 “요새 유행어로 양극화,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민주주의가 점점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표와도 인연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 처음 만났다.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였던 문 대표가 직접 김 위원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미 김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제안을 수락한 직후였다.
이후 김 위원장과 문 대표도 가끔 만나면서 인연을 쌓아왔다. 문 대표는 두 달 전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을 다시 찾아갔다. ‘현실 정치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던 김 위원장은 문 대표의 삼고초려 설득 끝에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위원장은 11대와 12대 국회에서 민정당 전국구 의원을 역임했다. 14대 국회에서는 민자당 전국구 의원을, 17대에서는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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