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돌직구 "SKT, 남의 밥그릇 깨뜨리지 말라"
KT 연말 송년회, SKT-CJ헬로비전 인수 반발 성토대회로 변질
기가인터넷 100만 돌파 목전...신사업 내년 박차
“지금 판을 흔들겠다는 사업자는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남의 밥그릇을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KT의 주요 임원들이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해 강력히 일갈했다. 전사적으로 양사의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는 뜻을 또 한 번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KT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출입기자단 송년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최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각 부문에 임명된 구성된 임헌문 사장을 비롯해 구현모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맹수호 CR부문 부사장, 김철수 Customer부문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임헌문 사장은 인사말에서 “요즘 판을 바꾸겠다는 사업자(SKT) 때문에 업계가 시끄럽다”며 “남이 애써 일궈놓은 사업을 파괴하는 것이 진정 가꾸는 것인지, 그것이 고객들이 원하는 판일지도 의문”이라고 운을 뗐다. 방송통신 융합이라고 하는데 케이블 업계의 일방적인 희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 사장은 “현재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틀은 완벽하지 않은데, 이 가운데 섣부른 결정으로 시장이 독점구조로 되면 요금인상이나 통신시장 위축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며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는 뜻의 ‘자기기인’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는데 판을 흔들겠다는 사업자의 정부와 국민을 속이는 행동이 너무 답답해 한자성어까지 써봤다”고 덧붙였다.
구현모 경영지원 총괄 부사장은 “케이블 TV와의 상생방안은 저희도 양사 인수합병 전에 고민해왔던 부분”이라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은 결과적으로 하나의 산업이 사라지는 참사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부사장은 “케이블 TV는 지역적인 가치, 공공적인 가치가 있다”며 "KT는 케이블과의 상생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면 공식적으로 말할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상무)은 독점을 우려했다. 김희수 부소장은 “양사의 인수 합병은 우리나라 통신이 독점으로 가는 길이라고 단언적으로 말하고 싶다”며 “우리는 이미 이동통신시장 경험을 통해 한 번 고착화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글로벌 위기 이후 제로 금리로 자금 유동성으로 인수합병이 활성화 되고 있지만, 상당히 많은 인수합병이 경쟁 제한성으로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며 “뉴욕타임즈, 이코노미스트 등 글로벌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맹수호 CR부문장 부사장 역시 “미국과 유럽에서 과거에는 방송통신 합병이 많았지만 1위와 3위, 1위와 4위, 3위와 4위사업자 등 2012년 이후에는 모두 부결됐다”며 “대체재라는 이유로 정부에서 부결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도 마찬가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양사의 통합은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이기 때문에 경쟁 제한성이 있고 더욱 신중하게 접근될 것을 주문했다.
임헌문 총괄은 “내년 통신 시장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많지만, KT는 기가인터넷 100만을 목전에 두고 있고 UHD, 올레 홈 캠 등의 신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며 “케이블과의 상생도 고려해 내년 통신시장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K텔레콤측은 이같은 KT 간담회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한 SK텔레콤 관계자는 “연말 내년도 회사 비전에 대해 발표한다며 기자들을 모아놓고, 실제로는 주요 임원들을 총 동원해 경쟁사를 깎아 내리는 행위는 이해할 수 없다”며 “양사 인수합병의 영향에 대해서 해당 업체들이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신청서를 냈고, 정부가 최종 심사를 하는 만큼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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