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 나비효과?
전기차, 디젤차 신뢰도 하락으로 재부상할 듯
배터리 수혜 기대감 '업'...2018년 기점될 듯
최근 폭스바겐의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디젤차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전기차가 다시 조명받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등 나비효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 저유가 지속과 인프라구축 미비 등으로 관심이 다소 식는 듯 했던 전기차가 대표 친환경차로 다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번 폭스바겐 사태가 확대되면 될수록 친환경차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디젤차’의 인기가 급락하면서 발생하는 공백을 ‘전기차’가 메우면서 대중화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급부상으로 배터리 업계 기대감 업?=그동안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친환경성을 표방하면서 디젤차를 전면에 내세워 왔지만 이번 사태로 신뢰성이 크게 훼손되면서 전기차가 대표 친환경차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또 애플과 구글 등 IT업체가 개발에 나서는 등 전기차는 기존 전통 산업 성격이 강했던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점점 IT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어 파괴력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전기차 개발과 시장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보다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근 개최된 전기차 컨퍼런스에서 만난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전기차 시장에 발가락만 담그던 현대기아차가 점점 발까지 담그려 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전기차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배터리업체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개화가 이뤄지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능력 전 세계 1·2위 업체로 폭스바겐·BMW·아우디·벤틀리·크라이슬러·포드·혼다·닛산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우디가 오는 2018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기차 ‘e-트론 콰트로’의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에 나란히 참여했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계획으로 배터리 기술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개화는 아직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친환경 이슈가 점점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기술의 발전 속도도 빨라지고 있어 개화 시기가 점점 앞당겨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기차 시장 본격 개화시기는?=전기차는 하이브리드(HEV·Hybrid Electric Vehicle),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Plug in Hybrid Electric Vehicle), 순수전기차(EV·Electric Vehicle)로 나뉜다.
HEV와 PHEV가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병행해서 쓰는 구조로 HEV에서는 내연기관이 주 장치, 전기모터가 보조장치라면 PHEV에서는 그 반대의 구조다.
이미 많이 등장한 HEV는 내연기관의 동력으로 주행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전된 전력을 전기모터로 가동해 전기차모드를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PHEV는 외부 충전을 통해 공급받은 전력을 기반으로 주행하며 내연기관은 차량의 방전을 방지하는 보조장치 역할을 한다. 반면 EV는 내연기관을 떼내고 전기모터와 배터리로만 동력으로 삼아 주행이 이뤄지는 차량이다.
이 때문에 배터리업체 입장에서는 HEV에서 PHEV로, 이어 EV로 완전히 전환되는 시기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보다 많은 기회를 접하며 성장을 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주목도가 다시 높아지겠지만 오는 2018년은 돼야 현재의 HEV체제가 PHEV와 EV로 점점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현재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차 판매 의무 정책인 ‘ZEV(Zero Emission Vehicle·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차)’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ZEV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일반 내연기관 차량을 판매하려면 일정 규모의 친환경차를 의무적으로 판매해야 하는 제도다. 현재는 HEV, PHEV, EV가 모두 친환경차에 포함돼 있지만 오는 2018년부터 HEV는 제외된다. 현재 미국 친환경차 시장에서 HEV가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은 63.7%로 이 비중이 조금씩 PHEV와 EV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2018년 이후에도 PHEV를 거쳐 EV로 넘어가는 단계적 변화가 예상돼 순수 전기차의 활성화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순수 전기차의 주행을 위한 배터리 개발과 관련 인프라 구축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힘든데다 자칫 IT업체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자동차업계의 우려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업계 입장에서 보면 전기차 시장의 개화가 그다지 썩 달갑지는 않을 것”며 “대부분 자동차 업체들이 HEV의 다음 단계로 PHEV 라인업을 늘려나가는 것도 순수 전기차 시장으로의 변화는 보다 점진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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