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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생물' 교수가 수강생들에게 '이승만 평가하라' 파문


입력 2015.09.08 09:25 수정 2015.09.08 09:39        목용재 기자

경희대 교수 생물 강의서 "친일행각 이승만 견해 밝혀라"

전공 필수인데도 "내 교육방침 동의 못하면 변경하라"

서울의 한 주요 대학 지방 캠퍼스의 K교수가 낸 '이승만 평가'에 대한 과제에 대해 해당 캠퍼스 수강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에브리타임 커뮤니티 캡처

"KBS의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타진설’에 대한 방심위 징계는 이승만 친일행각을 지우자는 의도다. 뉴라이트는 역사왜곡을 시도하고 있으며, 반 헌법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객관적인 현대사 판단 기초로 이승만의 공금횡령사건과 이승만이 진정한 독립운동가였는지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밝히라."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의 이공계 A 교수가 자신이 개설한 ‘일반생물’ 강좌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 과제를 내줘 논란이 일고 있다.

A 교수가 개설한 ‘일반생물’은 전공기초 3학점의 영어강좌 과목으로 진행되는 강좌다. A 교수는 해당 강좌를 수강한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개념기본 과제'를 부과한다는 명목아래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A4 용지 한쪽 분량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강좌의 강의계획서 상 수업목표는 “기본적인 생물학적 특성의 이해, 생물학의 구조와 차이점 등 생물학에 대한 기본이해”라고 영문으로 설명돼 있다. 어디에서도 한국 현대사나 역대 대통령 평가와 관련된 강의를 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생물학을 강의하는 교수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수강생들에게 요구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해당 강좌는 ‘전공기초’ 과목으로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며,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수강자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좋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과목이다.

A 교수는 수강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개인적인 교육방침에 동의할 수 없는 학생은 유감스럽게도 강의할 용의도 없다”면서 “진리와 정의, 자유를 외면하는 대학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믿으며 지식인의 권리와 의무는 국가를 늘 논리적인 시각으로 비판해야하기 때문이다. 수강 변경 바란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그는 “생물 과목의 특성상 많은 점수를 배당할 수 없어 유감스러우나 학생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사회에서 상식있는 지식인으로서의 개념을 잡는다는 생각은 너무나 정당하다는 생각”이라면서 “학문적 지식은 정의로운 역사의식의 토대 위에서 세울 때 우리 사회를 위해 보다 훌륭히 쓰인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A 교수가 과제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기에 앞서 KBS의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 타진설’에 대한 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측의 징계 결정에 대해 “박효종은 뉴라이트의 핵심 인물로 이승만의 친일 행각을 지우려 하고 있다. 몇 년간 교학사 국사 교과서를 밀어붙이는 것은 이승만을 국부로 세우자는 역사왜곡”이라면서 과제의 답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후 A 교수는 ‘이승만의 국민회 공금횡령사건을 하와이 법정으로 끌고간 이승만의 행동에서 보여주는 인간 이승만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이승만은 독립을 위한 진정한 독립운동가였는가. 본인의 견해는?’이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와 관련, 2015년 2학기에 A 교수의 ‘일반생물’을 수강한 한 학생은 7일 ‘데일리안’에 “과제의 방향성을 이미 설정해 놨기 때문에 그것에 맞추지 않으면 점수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면서 “평가 기준은 ‘성의 있게’인데 딱히 평가기준은 없는 듯하다”고 밝혔다.

이 수강생은 “관련 강좌에 대해 저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커뮤니티 상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문제가 된 교수님은 여러 번 이런 내용을 학생들에게 불만을 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강좌와 관련, 커뮤니티가 개설돼 있는 ‘에브리타임’의 한 수강생은 지난 4일 “A 교수님 좌편향된 과제 보고 저러면 안 되는데 싶지만 막상 성적 앞에서 우린 철저한 을이기에 소신있는 발언을 할 수 없는 약자가 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수강생도 “와! A 교수 과제 확인했는데 너무하네. 수업시간에 정치얘기 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보는데 성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과제를 수업의 성격과 전혀 맞지 않는걸로 내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당 강좌와 관련, 본보는 학교 측에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에선 8일 오전 현재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A교수의 '이승만 평가' 과제는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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