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생물' 교수가 수강생들에게 '이승만 평가하라' 파문
경희대 교수 생물 강의서 "친일행각 이승만 견해 밝혀라"
전공 필수인데도 "내 교육방침 동의 못하면 변경하라"
"KBS의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타진설’에 대한 방심위 징계는 이승만 친일행각을 지우자는 의도다. 뉴라이트는 역사왜곡을 시도하고 있으며, 반 헌법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객관적인 현대사 판단 기초로 이승만의 공금횡령사건과 이승만이 진정한 독립운동가였는지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밝히라."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의 이공계 A 교수가 자신이 개설한 ‘일반생물’ 강좌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 과제를 내줘 논란이 일고 있다.
A 교수가 개설한 ‘일반생물’은 전공기초 3학점의 영어강좌 과목으로 진행되는 강좌다. A 교수는 해당 강좌를 수강한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개념기본 과제'를 부과한다는 명목아래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A4 용지 한쪽 분량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강좌의 강의계획서 상 수업목표는 “기본적인 생물학적 특성의 이해, 생물학의 구조와 차이점 등 생물학에 대한 기본이해”라고 영문으로 설명돼 있다. 어디에서도 한국 현대사나 역대 대통령 평가와 관련된 강의를 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생물학을 강의하는 교수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수강생들에게 요구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해당 강좌는 ‘전공기초’ 과목으로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며,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수강자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좋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과목이다.
A 교수는 수강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개인적인 교육방침에 동의할 수 없는 학생은 유감스럽게도 강의할 용의도 없다”면서 “진리와 정의, 자유를 외면하는 대학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믿으며 지식인의 권리와 의무는 국가를 늘 논리적인 시각으로 비판해야하기 때문이다. 수강 변경 바란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그는 “생물 과목의 특성상 많은 점수를 배당할 수 없어 유감스러우나 학생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사회에서 상식있는 지식인으로서의 개념을 잡는다는 생각은 너무나 정당하다는 생각”이라면서 “학문적 지식은 정의로운 역사의식의 토대 위에서 세울 때 우리 사회를 위해 보다 훌륭히 쓰인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A 교수가 과제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기에 앞서 KBS의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 타진설’에 대한 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측의 징계 결정에 대해 “박효종은 뉴라이트의 핵심 인물로 이승만의 친일 행각을 지우려 하고 있다. 몇 년간 교학사 국사 교과서를 밀어붙이는 것은 이승만을 국부로 세우자는 역사왜곡”이라면서 과제의 답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후 A 교수는 ‘이승만의 국민회 공금횡령사건을 하와이 법정으로 끌고간 이승만의 행동에서 보여주는 인간 이승만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이승만은 독립을 위한 진정한 독립운동가였는가. 본인의 견해는?’이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와 관련, 2015년 2학기에 A 교수의 ‘일반생물’을 수강한 한 학생은 7일 ‘데일리안’에 “과제의 방향성을 이미 설정해 놨기 때문에 그것에 맞추지 않으면 점수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면서 “평가 기준은 ‘성의 있게’인데 딱히 평가기준은 없는 듯하다”고 밝혔다.
이 수강생은 “관련 강좌에 대해 저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커뮤니티 상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문제가 된 교수님은 여러 번 이런 내용을 학생들에게 불만을 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강좌와 관련, 커뮤니티가 개설돼 있는 ‘에브리타임’의 한 수강생은 지난 4일 “A 교수님 좌편향된 과제 보고 저러면 안 되는데 싶지만 막상 성적 앞에서 우린 철저한 을이기에 소신있는 발언을 할 수 없는 약자가 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수강생도 “와! A 교수 과제 확인했는데 너무하네. 수업시간에 정치얘기 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보는데 성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과제를 수업의 성격과 전혀 맞지 않는걸로 내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당 강좌와 관련, 본보는 학교 측에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에선 8일 오전 현재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A교수의 '이승만 평가' 과제는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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